9월 녹음 목표로 모금…참사 때 심경 담은 곡 '세월호'도 선보여
재즈작곡가 이지혜, 버클리음대 교수진과 앨범 제작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다 도미해 '빅밴드 프로젝트' 도전
9월 녹음 목표로 모금…참사 때 심경 담은 곡 '세월호'도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지요'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하고 공연하며 국내에서 싱어송라이터 활약하던 이지혜가 돌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지 4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덕여대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이지혜는 2007년 첫 번째 싱글 '개화'로 데뷔했고, 2010년 '갈림길' 등 4곡을 묶어 첫 정규 앨범을 냈다. 당시 전곡을 작사·작곡했다.
그러던 중 무언가에 목말랐던 그는 더 좋은 뮤지션으로 자라게 해줄 환경이 필요하다고 느껴 자신을 가장 황홀하게 만들 음악을 찾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버클리 음대에서 처음 '재즈 오케스트라'를 접했고, 1년 반 동안 8곡을 써 모두 호평을 받았다. 이 곡들로 미국 흑인 재즈음악가를 기리는 '듀크 엘링턴 어워드'를 2년 연속 수상했고, 지난해 시애틀에서 열린 '여성 재즈 작곡 컴피티션'에서는 2위를 차지해 실력 있는 재즈 작곡가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 2년간 창작한 곡들을 모아 세상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자신의 곡을 버클리 음대 교수들이 연주하도록 하는 '빅밴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지혜는 11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빅밴드 곡을 쓰는 것 자체도 힘든 작업인데, 많은 인원과 함께 녹음이나 연주 활동을 하는 일은 더 고된 일이라 세계적으로 이 길을 가는 작곡가가 많지 않다"면서 "이 세상에 더 많은 새로운 빅밴드 음악이 나오고 울려 퍼져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버겁지만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40년간 버클리 음대에서 재직하며 전 세계를 무대로 연주를 펼치는 그레그 홉킨스 교수를 가장 먼저 찾아가 프로듀서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3년간 이지혜를 가르친 홉킨스 교수는 그의 곡을 모두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버클리 재즈 오케스트라에서 학기마다 그의 곡을 연주했다.
"홉킨스 교수는 흔쾌히 수락했어요. 게다가 인맥을 동원해 버클리 관악 파트 학과장 등 18명을 섭외해 '빅밴드'를 구성했고요. 보스턴 최고의 연주자들이 저와 함께 하는 것이죠. 이런 기회는 지금 막 미국에서 작곡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흔치 않은 놀라운 기회입니다. 꼭 이뤄내고 싶어요."
녹음할 음악, 연주자, 그리고 열정까지 더해졌지만 문제는 앨범 제작비. 이지혜는 오는 9월 레코딩을 시작한다는 목표 아래 현재 재정 마련을 위한 기금 모금 캠페인을 킥스타터 웹사이트(kickstarter.com/projects/1360618110/jihye-lee-jazz-orchestra)에서 펼치고 있다. 목표 예산은 1만 8천 달러. 현재 10%를 달성한 상태다.
"이번에 제작하는 앨범은 저의 음악을 세상에 알리는 최고의 플랫폼이 될 겁니다. 많은 분을 빅밴드 프로젝트에 초대하고 싶어요. 후원에 참여하신다면 공연에 초대하거나 앨범에 이름을 싣는 방법으로 보답할 거예요."
특히 이번 앨범에는 '세월호'라는 곡이 담길 예정이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그가 미국에 있으면서 희생자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마음에 괴로워하면서 쓴 곡이다.
"당시 혼란스러웠던 한국의 상황과 제 마음 상태를 표현했어요. 한마디로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곡입니다. 작곡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곡을 쓰는 일이라는 마음으로 지었어요. 어떤 교수님은 '전쟁 가운데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이번 가을 학기부터 맨해튼 음대에서 재즈 작곡 석사과정을 이수할 예정이다.
"후원 문화가 비교적 발달한 클래식 장르와 달리 재즈 뮤지션들은 여러모로 힘든 싸움을 하고 있어요. 더구나 빅밴드 음악은 혼자 힘으로는 거의 불가능하고요. 대중음악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더 다양한 음악이 자라나려면 예술음악의 가치를 알아줘 후원해주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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