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부·의회 부패 조사 착수…'폭염이 개혁불렀다'(종합)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9일(현지시간) 정부의 만성적인 관료와 의회의 부패를 없애기 위한 개혁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알아바디 총리가 이날 밝힌 개혁안은 명망 높은 학계 인사와 법관으로 구성된 부패청산위원회를 구성하고 중앙과 지방 정부의 고위직의 수를 줄여 예산을 절감한다는 게 골자다.
총리실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부패청산위원회는 과거와 현재 정부와 의회의 부패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3명씩인 부통령과 부총리직을 없애고 불필요한 장관과 정부 기구를 감축해 예산낭비를 줄이기로 했다.
정부 각 부처의 과잉 경호인력을 국방부와 내무부로 소속을 변경, 안보와 치안을 강화하고 각 부처에 지급되던 특별 교부금을 취소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부패를 막기 위해 총리가 지명하는 전문위원회가 정부 부처 산하 각 기구의 고위직 후보의 자격을 심사하고 경쟁력을 평가, 장관(무임소 장관 포함 현재 30명)과 정부 기구의 수를 줄일 방침이다.
이번 개혁안은 이라크에서 계속되는 폭염이 촉발했다고도 볼 수 있다.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는데도 전기와 상수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지난달 말부터 이라크 곳곳에서 연일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이런 인프라 부족의 책임을 정부의 부패로 돌렸고 급기야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이라크 시아파 지도자 알리 알시스타니는 7일 금요예배에서 "알아바디 총리는 부패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며 정부의 개혁을 촉구하고 민심을 부추겼다.
이라크 전력부는 지난달 말 전력 공급을 현재 8천500㎿에서 1만1천만㎿로 조만간 올리겠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이는 여름철 첨두 부하의 절반에 그친다.
여론의 흐름이 심상치 않자 알아바디 총리는 이런 과감한 개혁조치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라크 내각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이를 가결해 의회로 넘겼다.
발표 직후 바그다드에선 이 개혁안을 의회가 즉시 승인하라는 시위가 열렸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번 개혁 조치로 없어지는 부통령 중 한 명이 현 정부와 각을 세우는 누리 알말리키 전 총리라는 점에서 이번 개혁 조치는 그의 기득권을 축소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알말리키 총리는 2014년 총리 3선을 시도했지만 2006년부터 행정부의 실권을 쥔 총리로 재직하면서 종파간 갈등을 심화하는 정책을 폈다는 비판을 받아 연임에 실패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회 다수당인 법치국가연합(시아파)의 주축인 다와당의 사무총장직을 유지하면서 이라크 정관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아울러 이번 개혁조치는 총리가 임명한 위원회가 특혜의 온상인 정부 산하 기구의 고위직을 검증하고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반대파를 겨냥한 강한 '사정 드라이브'를 걸어 총리의 통제권을 강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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