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열정과 투지로 만들어낸 값진 1승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LG 트윈스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열정이 한데 모여져서 일궈낸 승리였다.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시즌 12차전은 LG가 8회말 2사에서 두산의 오재일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할 때만 해도 흐름이 두산 쪽으로 넘어간 듯 보였다.
그러나 LG는 9회초 곧바로 결승점을 뽑아냈다. 투지로 만들어낸 값진 점수였다. LG는 선두타자 오지환이 중전 안타를 쳐낸 뒤 중견수 민병헌이 공을 더듬는 사이 2루까지 내달렸다.
오지환이 이어 보내기 번트로 3루에 도착하자 LG 벤치는 정성훈에게 스퀴즈 번트 사인을 냈다. 그런데 정성훈의 스퀴즈 번트 타구는 오지환이 홈으로 들어오기에는 지나치게 투수 정면이었다.
오지환은 3루 베이스로 귀루하는 척했지만 스킵 동작을 이어가며 틈을 봤다.
이때 정성훈의 플레이가 빛났다. 정성훈은 1루 베이스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했다. 투수 오현택이 엉겁결에 1루 쪽을 향해 공을 던졌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오지환은 홈으로 파고들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플레이트를 쓸었다.
두산 벤치는 포수의 태그가 빨랐다며 심판 합의 판정을 요구했지만, 비디오 판독 이후에도 세이프 판정은 변하지 않았다.
정성훈이 만약 그 상황에서 지레 포기하고 천천히 뛰었다면 두산 배터리는 3루 주자 오지환의 리드폭을 완전히 확인한 뒤에 1루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그러나 정성훈의 맹렬한 돌진 덕분에 두산 배터리는 시선을 빼앗겼고, 오지환은 그 순간을 이용해 홈을 훔쳤다.
LG가 4-3의 리드를 잡자 9회말에는 마무리 봉중근이 마운드에 올랐다.
봉중근은 전날 대전 한화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3이닝을 던졌다. 투구 수는 52개에 달했다. 전날 3이닝을 던진 만큼 연투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봉중근은 지친 팔을 이끌고 등판해 3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승리를 지켜냈다.
선발 루카스 하렐의 역투도 빼놓을 수 없다.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와 투수 헨리 소사가 나란히 2군으로 내려가면서 LG의 유일한 외국인 선수가 된 루카스는 이날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고, 3회말 2사에서 허경민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는 투지까지 선보였다.
LG는 올 시즌 팬들로부터 많은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베테랑 선수들이 빠지면서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 라인업은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기 일쑤였고, 팀 순위는 9위에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다. 포스트 시즌 진출 희망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그러나 LG는 이날 오지환과 봉중근을 필두로 선수들이 오랜만에 투지와 열정이 넘치는 플레이로 안방을 찾은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LG의 팀 순위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1승일지 몰라도 LG 팬들에게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승리였다.
양상문 감독은 경기 뒤 "오지환의 돋보이는 센스로 승리할 수 있었다"며 "오늘은 여러 고참 선수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줬고, 특히 봉중근이 팀을 위해 마무리 피칭을 자청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늦긴 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투지와 열정이 넘치는 경기를 계속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이날 경기의 수훈갑인 오지환은 "팀 성적이 안 좋아서 꼭 이기고 싶었고, 좀 더 집중해서 경기에 임했다"며 "9회초에는 여기서 어떻게든 점수가 나야 한다는 생각에 상대 수비의 빈틈을 노려 뛴 것이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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