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일본≠자민당'…짧은 실험이 시작되다

편집부 / 2015-08-09 05:00:00

<역사속 오늘> '일본≠자민당'…짧은 실험이 시작되다







(서울=연합뉴스) 1993년 7월에 치러진 일본 총선에선 신당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유권자들은 자민당 일당지배 38년간 되풀이된 부패에 싫증이 날 대로 난 상태였다.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등 자민당을 뛰쳐나온 정치가들은 신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약진했다.

이들은 사회당과 힘을 합쳐 '비(非) 자민, 비 공산' 연립정권을 만들기로 합의했고, 호소카와 일본신당 대표를 총리로 옹립했다. 1993년 8월9일 호소카와 내각의 출범은 곧 자민당이 1955년 창당 후 처음으로 야당으로 전락했다는 걸 의미했다.

구마모토(熊本) 유력 가문의 후예로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인 호소카와는 역사 문제에서 가장 진취적인 입장을 취한 총리였다. 취임 당일 기자회견에서 "제2차 대전은 침략전쟁이며 잘못된 전쟁"이라고 인정했고, 같은해 11월 경주에서 김영삼 대통령을 만났을 때에는 일제의 한반도 식민통치에 대해 "참기 힘든 고통을 끼쳤다. 우리의 행위를 깊이 반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우익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호소카와 내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가 정치자금 문제를 추궁당한 끝에 1994년 4월 돌연 총리직 사퇴를 선언한 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를 중심으로 한 신당 세력은 몇차례 합종연횡을 거쳐 2009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지만, 3년 만인 2012년 다시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이끄는 자민당에 정권을 내줬다.

호소카와는 1998년 환갑을 맞아 정계를 은퇴한 뒤 도예가로 활동하다가 2014년 반(反)원전을 내세우며 도쿄도 지사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아베 총리에게 무라야마(村山) 담화의 정신을 조금도 손상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등 자신의 색깔을 종종 드러내고 있다. 호소카와의 외조부 고노에 후미마로(近衛文 끝자는 麻밑에呂·1891∼1945)와 아베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는 둘 다제2차 세계대전 전범 용의자였지만, 외손자들의 역사인식에는 적지않은 차이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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