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민낯 드러낸 서울공립고 성추행…해결 과제 산적

편집부 / 2015-08-08 05:59:01
서울경찰청 수사 착수…당국 부실대응 여부 철저히 규명해야
추가 피해자 가능성도 조사…'집단 트라우마' 학교 정상화에 힘써야


추악한 민낯 드러낸 서울공립고 성추행…해결 과제 산적

서울경찰청 수사 착수…당국 부실대응 여부 철저히 규명해야

추가 피해자 가능성도 조사…'집단 트라우마' 학교 정상화에 힘써야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서울의 한 공립학교 교사들이 학생과 여교사를 상대로 성추행과 희롱을 일삼은 사건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가 한창이다.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고, 시교육청은 재발 방지를 위해 포괄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피해자 진술 등으로 이번 사태의 추악한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당국의 대책이 나오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전히 규명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학교장과 당국의 부실대응 여부에 초점이 모인다.

가해 교사들이 이 학교의 학사·회계운영을 하면서 비리를 저질렀는지와 전임 근무지에서 다른 성범죄 피해자를 유발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무엇보다 이 학교 학생과 교사가 모두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조속한 학교 정상화에 힘을 쏟는 것이 급선무다.

◇첫 발단 작년 2월 여교사 성추행…추가 가해자 속속 등장

서울시교육청은 이 학교의 한 여학생이 50대 교사 A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민원을 지난달 20일께 접수, 감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미술교사 A씨는 미술실에서 여학생들의 신체를 만지거나 학교 내에서 동료 여교사들에게 여러 차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

교육청은 이 학교 영어 교사 B씨도 수업 시간에 수시로 심각한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진술을 확보, 이들을 직위해제한 뒤 경찰에 고발했다.

사건은 A·B 교사의 만행에 대한 당국의 즉각적인 조치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또다른 가해 교사들이 있다는 증언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자 사안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두 교사 외에 진학지도 담당인 C씨가 지난 2월 여학생 다수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발돼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곧이어 다른 교사 D씨가 지난해 2월 워크숍 뒤 회식 자리에서 동료 여교사를 성추행했고, 이 과정에서 교장이 '중재'를 한다는 이유로 사안 처리를 차일피일 미뤘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사건 당시 교무부장이었던 D씨의 성추행에 대해 피해 여교사가 교장에게 수차례 징계를 요구했지만, 교장이 '좋게 해결하자'며 무마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나아가 교장 본인도 지난해 2∼3월 같은 학교의 여교사를 성추행했다는 피해자 진술도 나왔다.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산했다.

교육청은 D씨와 교장을 추가로 직위해제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현재까지 교육청 감사에서 성추행 또는 성희롱 가해자로 확인된 남자 교사는 교장을 포함해 모두 5명이다.

성추행의 피해자는 여교사가 최소 8명, 수업 중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저급한 성희롱을 들어야 했던 학생들까지 합친 전체 피해자 규모는 130여 명에 이른다.

◇'늑장·부실대응 논란' 규명…추가피해·회계부정 가능성도 조사

이번 사건을 서대문경찰서에서 넘겨받은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가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교육청은 지난 6일 '원스트라이크아웃' 시행 계획 등 대책을 내놓았다. 앞으로 한번만 성폭력에 연루되도 이름을 공개하고 교단에서 퇴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인다.

그러나 교육청과 경찰·검찰이 규명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우선 서울시교육청이 언제 사안을 처음 인지했는지, 어느 선까지 보고가 올라갔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연쇄 성추문의 발단인 지난해 2월 D씨의 여교사에 대한 성추행과 이후 올해 2월에 발생한 C씨의 학생 성추행 사건을 당국이 일찌감치 인지했으면서도 사태를 방관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D씨는 사건 발생 뒤 1년 가까이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고 있다가 지난 3월에야 다른 학교로 전출됐다.

교장은 작년 초부터 올해까지 교육청에 D씨의 성추행 등에 대해 전화로 사실을 알리고 전출 사유서에도 성추행 관련 내용을 명시하는 등 제대로 보고했다고 주장하며 직무유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건과 더불어 올해 2월에 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학부모에 의해 고발된 C씨의 직위해제를 4월에서야 한 것에 대해서도 교육청이 늑장 대응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

또 최근 형사고발된 A씨가 이미 작년에 성추행 건으로 경찰에 고발된 적이 있다는 증언과, 직위해제된 C씨가 수사를 받던 중에 버젓이 동호회 활동을 이유로 학교를 출입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교육청이 연쇄적으로 터진 교사들의 성 비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거나, 알고서도 신속히 대처하지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성폭력 사건 처리 체계에 큰 허점을 노출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교육청은 우선 교장의 직무유기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해당 교육지원청이나 교육청 본청의 관련 부서에서 신속히 조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교장의 직무유기는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논외로 쳐도, 교육청의 부실대응 정황은 교육청의 자체조사로 반드시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교육청의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계속되면 중앙부처인 교육부가 나설 가능성도 있다. 최근엔 교육청 감사관이 '음주 감사' 논란과 부하직원들과의 갈등을 이유로 이 학교에 대한 감사 업무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보고 미흡한 점이 있다면 그때 (직접 감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이 이전에 근무하거나 옮겨간 학교에서 다른 성범죄를 저질렀는지에도 수사력이 집중돼야 할 대목이다.

교육청은 가해 교사 5명의 전임 근무지와 전출된 학교에 대해서도 교사와 학생들을 상대로 면담과 설문조사 등을 진행해 추가 피해 진술이 확보되면 경찰에 통보할 방침이다.

아울러 교육청은 이 학교의 회계 처리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신설된 지 채 3년이 되지 않은 이 학교의 개교 작업을 주도한 주요 보직 교사들이 가해자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이들이 회계 운영 등에서도 비리를 저질렀을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학교 정상화 노력 서둘러야…수사 과정서 피해자 불신 극복도 과제

감사와 경찰 수사, 세간의 지나친 관심 등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학교를 조속히 정상화하는 것도 큰 숙제다.

이미 이 학교 구성원들은 직접 범행을 당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교육청은 상담심리전문가와 자문 변호사를 급파해 심리 치유와 법률 자문 제공하기로 했다. 진학지도 교사들도 보내 코앞에 닥친 대입 전형에 대비하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청은 지역의 유일한 공립고교인 이 학교의 교장과 가해 교사들이 지나치게 성적을 강요하며 학교를 권위주의적으로 운영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일각의 비판을 수용, 조만간 소통 능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학교장을 새로 임명해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방침이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당국과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실제로 해당 학교 구성원 사이에서는 당국의 사안 처리와 검·경의 수사방식 등에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특히 C 교사가 직위해제돼 수사를 받던 중에도 동호회 활동을 이유로 학교를 아무 제한 없이 드나든 것에 대해 경악하고 있다. C씨의 성추행 건은 경찰 수사가 종료된 뒤 현재 검찰에 송치돼 있으며 기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C 교사의 친형이 경찰 간부라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파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C 교사가 수사 중에도 학교를 드나들고 기소도 늦어지는 것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도 이렇게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시간을 끌지 말고 빨리 기소해서 단호한 징벌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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