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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은 표정으로 출국하는 신동주 전 부회장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
신동주 일본행 이후 롯데 분쟁 어디로 갈까
신동빈 대세 장악 속 신동주 뒤집기 시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이유미 고유선 기자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7일 일본으로 향함으로써 롯데그룹의 후계 분쟁이 전기(轉機)를 맞게 됐다.
현재로선 롯데 분쟁의 향배를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신 전 부회장의 일본행은 분쟁이 잦아들지 아니면 전투 장소를 바꿔 확전할 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 전 부회장이 최근 빚어진 다툼의 열세를 인정하고 마지막 동아줄인 부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곁을 떠나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분쟁은 일단락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신 총괄회장의 '호위무사'가 바뀌거나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다. 신 전 부회장과 함께 '반(反) 신동빈 세력'을 형성해온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의 신 총괄회장 보좌가 느슨해지거나 지금까지와는 달리 신동빈 회장의 접근도 허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이 보여온 태도로 볼 때 백기투항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확보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면 일본행 의도는 분명하다. 한일 롯데의 지배고리의 정점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대비한 세력결집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와 1∼12곳의 L투자회사 이사회를 장악했지만, 신 전 부회장은 지지세력을 모아 막판 뒤집기를 노린다고 볼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이 그룹 내 핵심고리의 이사회를 장악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주주들의 표심이 '대세'에 따를 수 있다는 점도 신 전 부회장의 일본행을 재촉했을 수 있다.
◇ 신동주, 주총 승리 반전드라마 가능할까
한일 롯데 경영권 다툼의 승부처는 우선 롯데홀딩스 주총이다.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 지배고리의 정점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19.07% 가진 최대주주여서다. 그러나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누가 승리하든 호텔롯데를 쥘 수는 없다. L투자회사 11곳이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일 롯데 경영권을 쥐려면 롯데홀딩스 주총 승리에 이어 L투자회사 주총도 승리해야 한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줄곧 일본 롯데 경영권을 되찾으려해왔다는 점에서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승리한다면, 그 결과에 만족할 공산이 커 보인다.
신 전 부회장으로선 롯데홀딩스 주총은 분수령으로, 최대 주주인 광윤사(고준샤·光潤社)와 우리사주의 지지를 얻어야 승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은 차후 일본 현지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건재하고 경영권 회복 의지가 강하다는 논리를 펴며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여사를 만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일본 상법상 주총 소집 요건인 3%의 지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신 전 부회장은 주총 개최 요구도 병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관건은 어떤 안건으로 주총이 열릴 지다.
롯데홀딩스는 정관에 없는데도 지난달 28일 긴급 이사회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일선 퇴진시켰던 만큼, 정관 변경을 위한 주총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신동빈 회장 측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현 이사진 교체를 위한 주총 개최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이미 장악한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자신들이 제물이 될 임원교체 안건을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렇게 되면 단기필마의 신 전 부회장은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물론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와 우리사주를 설득해 "경영권 탈취를 목적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을 일선 퇴진시켰다고 주장하며 명예회장 추대 정관변경 반대해 달라"는 논리를 펼 수는 있다.
이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숨은 표가 많아 신격호 명예회장 추대 안건을 부결시킨다면, '반 신동빈 세력'의 반전드라마가 가능해 질 수 있다.
주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양쪽 모두 그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소송을 낼 수 있다. 롯데 후계 분쟁의 장기화가 점쳐지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신 전 부회장의 일본행 목적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상의도 없이 L투자회사 이사회를 열어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재한 것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지를 파악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 롯데분쟁 차후 판세 "아직 몰라"
법적인 조처를 통해 한일 롯데의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한 신동빈 회장 측은 승리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이미 롯데홀딩스는 물론 L투자회사 이사회를 통제하는 대세를 잡은 만큼 신 전 부회장이 이를 뒤집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조직도 인사권도 없는 상황에서 관련 기업들이 신 전 부회장의 말을 따르겠느냐는 분석이 바탕에 깔려 있어 보인다. 아울러 최근 사태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것도 신동빈 회장이 최종 승리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
롯데그룹 안팎에선 신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이사장은 물론 신동인 구단주 직무대행 등 '반 신동빈 세력'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잠잠하기 때문에 이대로 대세를 굳힐 수 있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롯데홀딩스 주총과 관련해선 신동빈 회장 측에서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지난달 29일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 곁에서 머물면서 '반 신동빈 세력'과 함께 대책을 숙고한 것으로 보여 어떤 카드를 준비했을 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핵심 이사회를 장악했다고 하더라도 주주들의 뜻이 그와 같지는 않을 수 있으며, 그 때문에 신동빈 회장 측도 주총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그룹 각 계열사에 대해 신동주·동빈 형제가 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고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영자 이사장의 지분도 상당해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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