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시대' 걸프 산유 부국 재정 먹구름

편집부 / 2015-08-07 06:20:00
사우디·UAE 서둘러 대책 마련


'저유가 시대' 걸프 산유 부국 재정 먹구름

사우디·UAE 서둘러 대책 마련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올해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던 유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걸프 지역 산유 부국의 재정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하반기 반토막이 났지만, 올해엔 배럴당 65달러 이상으로 회복되리라는 전망이 대체적이었다.

세계 3대 유종의 가격은 올해 상반기 배럴당 60달러를 넘나들면서 이런 예측이 맞아들어가나 싶었지만, 5일 종가 기준 모두 50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려고 산유량을 줄이지 않았던 데다가, 저유가에 고사할 줄 알았던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저유가에 예상 외로 잘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가 시원치 않았고 여기에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면서 세계 4위 원유 매장량 국가인 이란이 국제 원유 시장 진출이 임박한 점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의 거시지표만 봐도 걸프지역이 입는 저유가의 타격은 두드러진다.

올해 1월 IMF의 지역경제전망(REO) 보고서에서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 정부의 재정적자폭 전망치는 국내총생산(GDP)의 -6.3%였다가 올해 5월 최신 보고서에선 -7.9%로 확대됐다.

GCC가 2013년과 2014년 GDP의 각각 12.1%, 4.6%의 재정흑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GCC 모두 민간 부분보다 원유 수입을 국유화한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 구조인 탓에 정부 재정적자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위축 효과는 크다.

이들 6개 산유국의 외화보유액 총액도 지난해 말 7천370억 달러에서 올해 7월 현재 6천720억 달러로 8.8% 줄어들었다. 3∼4월 두 달에만 외화보유액은 310억 달러 줄었다.

국가의 주 수입원인 원유 매출이 감소하자 시중 유동성이 말라 금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은행간 금리(EIBOR)는 올해 2월까지 0.68%였지만, 이달들어 0.79%로 상승해, 1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우디의 3개월 단기금리 역시 올해 3월 0.77%에서 최근엔 0.80%로 올랐다. 이런 현상은 쿠웨이트, 카타르 등 다른 GCC 국가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미국이 지난해 말부터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금리를 상승 기조로 돌아선 것도 걸프지역 유동성 감소와 이자율 상승의 원인이 됐다. GCC의 환율정책은 원유 수입의 예측가능성을 위한 미국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인 탓이다.

걸프 산유국의 언론들은 배럴당 100달러의 고유가 시대에 쌓아놓은 오일달러가 수천억 달러에 이르고 정부 부채비율이 낮은 덕에 아직 여유있는 모습이지만, 저유가 장기화가 기정사실이 되자 발걸음이 바빠졌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걸프 지역 1, 2위의 경제규모를 지닌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다. 이들 국가는 GCC 중 원유 수출량이 가장 많아 유가의 영향이 클 뿐 아니라 '이슬람국가(IS) 격퇴전과 예멘 내전에 앞장서는 터라 체력 소모가 크다.

IMF의 REO에 따르면 사우디와 UAE의 올해 재정적자폭이 각각 GDP의 -14.2%, 3.0%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재정적자를 피하려면 장기적으로 새로운 과세제도를 도입하고 보조금을 축소하라고 권고했다.

사우디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를 390억 달러 정도로 예측했지만, IMF는 1천300억달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사우디는 일단 IMF 권고를 따르는 대신 채권을 발행해 국고를 메우는 방법을 택했다.

사우디통화청(SAMA)은 7월 수도 리야드가 8년만에 40억 달러의 지방채를 발행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매월 40억∼53억 달러의 국채를 자국 은행에 판매하기로 했다. 총액은 270억 달러 정도로 지난해 말 세운 올해 예산 2천290억달러의 11.8% 규모다.

UAE는 사우디와 달리 IMF의 권고를 따르고 있다.

UAE의 올해 재정적자 전망치는 GDP의 -3.0%다. 경상수지 전망치는 5.0% 흑자지만 2012년 21.3%, 지난해 13.7%에 비하면 급감한 수치다.

UAE는 이달 1일부터 연료 보조금을 폐지해 휘발유 소매 가격을 24% 올렸다. 연료 보조금으로 들어가는 UAE의 공공지출은 연간 35억달러로 GDP의 0.7%를 차지했다.

또 올해 안으로 법인세를 신설하고 호텔 등 일부 시설에만 부과했던 부가가치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보조금 축소는 다른 걸프 정부도 시행하는 추세다. 바레인은 올해 초 휘발유·경유와 육류, 전기, 상수도의 중간 유통상에 지급했던 보조금을 폐지했고 오만은 가스 보조금을 깎았다. 쿠웨이트는 올해 초 휘발유 보조금을 폐지해 가격을 3배로 올리려고 했으나 여론에 부딪혀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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