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 회복 기념우표 감수한 이향순 디자이너

편집부 / 2015-08-06 06:54:00
"친근한 생활한복 일본에 보급해 패션 한류 일으킬 것"

한·일 국교 회복 기념우표 감수한 이향순 디자이너

"친근한 생활한복 일본에 보급해 패션 한류 일으킬 것"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한·일간 국교가 다시 놓인 지 50년이니 사람으로 치면 중년이 된 거죠. 그래서 우표 속 한복은 화려함보다는 세월을 느끼게 하는 차분한 색감과 기품, 그리고 함께 들어가는 기모노 그림과의 조화를 중시했습니다."

일본 체신사업 기업인 닛본유빈(日本郵便)은 지난 6월 22일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는 우표를 선보였다. 무궁화와 벚꽃(사쿠라)을 배경으로 한복과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등장하는 이 우표는 모두 700만 장이 발행돼 재일동포와 우표 수집가 등 양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우표 속 한복의 디자인을 제안하는 등 조언과 감수를 맡아 주목을 받은 재일 한복 디자이너 이향순(45·여) 씨는 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부담도 됐지만 한복을 알릴 좋은 기회라고 여겨 심혈을 기울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씨는 도쿄 신주쿠에서 그가 지은 한복을 판매·대여하고 사진 스튜디오도 겸하는 '오모이데(思い出, 추억)'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닛본유빈 관계자가 일본 외무성의 추천을 받았다며 기념우표 감수 등을 요청해왔지요.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는 가게 문을 연 지 1년밖에 되지 않았고 다른 유명한 한복 디자이너도 많았거든요. 제가 잘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이 씨의 겸손한 표현과 달리 '오모이데'는 도쿄에서 급속도로 인기를 얻은 한복집이다. 재일동포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인이 성인식, 졸업식, 환갑 등 기념일에 이곳에서 한복을 입고 기념 촬영하거나 옷을 빌려가 사진을 찍은 뒤 SNS 등에 올려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우표 속 한복은 최근에 유행하는 A자 형태인데 녹색과 청색의 겹치마로 제안했다"면서 "왼손으로 옷고름을 누르고 오른손으로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정중한 몸가짐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디자인 의도를 소개했다.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이 많았던 이 씨는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라사라저고리전문학교와 선미한복학원을 다니며 한복 디자인을 배웠다.

한복 전문점에서 한복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당시 전통 한복만을 고집하던 업계의 관행에 다른 생각을 품었다. '평상복처럼 편하게 입는 한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한복이 아닌 양장 디자인도 배워보고 싶어졌다.

93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일본의 대표적 디자인학교인 도쿄모드학원에 입학해 4년간 디자인을 배웠다. 졸업 후 당시 유명 패션디자이너인 다야마 아쓰로(田山淳朗) 사무소에서 5년간 캐주얼 브랜드 기획 등 디자인과 실무를 맡았다.

결혼 후 10년간 육아에 전념하면서 틈틈이 한복을 디자인하고 만들어 온 그는 2013년에 사진을 전공한 남편과 함께 한복과 사진 촬영을 겸한 가게를 열었다.

이 씨는 "재일동포 중 구정주자(올드커머)가 80년대 이후 건너온 신정주자(뉴커머)보다 한복을 더 자주 입는 걸 보고 놀랐다"며 "세월이 흘러도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에 감동해 한복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가게에 기모노도 갖다 놓고 재일동포 등에게 입어보는 체험도 권한다. 전통 옷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담겨 있으므로 서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복과 양장 양쪽을 디자인해 본 경험을 살려서 일상생활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한복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최근에는 한류 TV 사극의 영향으로 매장을 찾는 일본인이 늘고 있습니다. 조만간 패션쇼도 열어 일본에 한복을 더 알릴 작정입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WEEKLY HOT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