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한인피폭자 "日, 가해자 입장 망각하는 경향있어"

편집부 / 2015-08-05 22:13:44
피폭체험 계승에 전력해온 박남주 씨 인터뷰…"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히로시마 한인피폭자 "日, 가해자 입장 망각하는 경향있어"

피폭체험 계승에 전력해온 박남주 씨 인터뷰…"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일본이지만 세계에서 처음 원폭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 의식'이 있다. 그래서 히로시마(廣島)를 찾는 사람들은 일본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잊은 채 원폭 피해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70년전인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직접 피해자인 재일동포 2세 박남주(83·여) 씨는 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80대의 고령임에도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라는 단체의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원폭과 전쟁의 참상을 후대에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금도 히로시마에 거주하는 박 씨는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당시 '폭심'(폭발의 중심점)에서 1.8km 떨어진 곳의 노면(路面) 전차에 타고 있었다. 12살 학생이었던 그는 당시 목숨을 구했지만 훗날 유방암과 피부암으로 평생을 고생했다. 또 피폭 직후 해방을 맞이했지만 폐허가 된 일본에서 교육도 더 이상 받지 못한 채 엿을 만들어 암시장에 팔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원폭과 전쟁 피해의 산 증인인 박 씨는 2003년부터 각급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피폭 경험을 전하는 일을 해왔다. 5일에도 제주도에서 수학여행 온 고등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고 소개했다.

비참하고 고단하기 짝이 없었던 자신의 삶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이기건 지건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더불어 박 씨는 자신의 주변에 평화헌법을 흔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위험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이날 히로시마 한국 총영사관 주최로 열린 한국인 희생자 추도행사에 참석한 약 4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본인이었으며, 그들은 대부분 아베 총리의 행보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라고 박 씨는 전했다. '가해자'로서의 일본을 잊어버리는 우경화 경향 뿐 아니라 그것을 경계하는 흐름도 존재한다는 말이었다.

끝으로 박 씨는 "전쟁을 체험한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고, 평화가 계속되면서 사람들이 전쟁의 참상을 알지 못하게 됐다"며 "전쟁은 많은 사람에게 슬픔만을 남긴다. 두번 다시 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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