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회원국, 남중국해 대응 온도차…필리핀 공세
의장국 말레이시아, 평화적 해결 원칙론…6일 의장 성명에 관심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지만, 아세안 회원국들의 대응 수위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으로, 아세안 차원에서 이 분쟁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아세안 국가 가운데 중국에 가장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필리핀이다. 중국이 필리핀과의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인공섬 건설 등 간척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5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앨버트 델 로사리오 필리핀 외무장관은 전날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간척사업을 비난하면서 아세안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별도 성명을 통해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간척, 건설, 공격적 행위의 중단을 요구하는 미국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중국에 맞서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필리핀은 최근 미국과의 군사 공조를 강화하며 군비 증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팜 빙 밍 베트남 외무장관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아세안의 책임감과 선제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어선에 대한 중국 선박의 공격이 잇따르면서 양측의 어업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에 비해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원칙론을 견지하고 있다.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아세안 회원국들이 남중국해에서 항해의 자유와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수칙'(COC)의 제정에 역점을 두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은 2002년 영유권 분쟁 악화를 막기 위한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선언'(DOC)을 채택했지만, 구속력 있는 이행 방안을 담는 COC 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행보는 중국의 남중국해 분쟁도서 점거가 국제법상 무효라며 유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제소까지 한 필리핀과는 대조된다.
말레이시아가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중립적인 외교를 펼치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중국과의 경제 교류 확대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4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두 나라의 관계 증진을 약속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나집 총리는 중국의 신경제구상인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추진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지지하면서 말레이시아에 대한 중국의 투자 확대를 희망했다.
이처럼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아세안 회원국 사이에 미묘한 견해차가 드러나고 미국과 중국이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이후 나올 의장 성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명 초안에는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남중국해 간척 사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이 반발할 것으로 보여 최종 성명에 그 내용이 들어갈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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