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등의 트럼프 대응도 관심…불법이민·오바마 업적 등 의제 오를 듯
'트럼프 돌풍', 첫 TV토론서 기세 이어갈까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전, 6일 토론회로 본격 개막
부시 등의 트럼프 대응도 관심…불법이민·오바마 업적 등 의제 오를 듯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역대 최대 규모인 17명이 뛰어든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가 6일(이하 현지시간) 첫 TV토론회를 시작으로 사실상 막을 올린다.
4일 토론회 참석을 통보받은 상위 10명의 후보는 '1부리그'에 들었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여유도 없이 방송을 통해 인지도를 확 끌어올리기 위한 비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예상 밖의 압도적 1위를 질주하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선두를 굳힐 수 있을지, 트럼프에게 여론의 관심을 송두리째 뺏긴 다른 유력 후보들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 트럼프 독주체제 굳힐까…부시 등 '트럼프 대책'도 주목 = 폭스뉴스가 주최하는 이번 TV토론은 공화당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인 트럼프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공식 시험대이기도 하다.
그가 독주 체제를 굳히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멕시코 이민자들은 물론 같은 공화당 경쟁자들에게도 막말을 퍼붓는 '막장 캐릭터'가 부정적 이미지로 되돌아올지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대중적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데다 유명 서바이벌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에 오랫동안 출연해 경쟁자들보다 훨씬 더 방송에 익숙하다는 사실은 일단 트럼프에게 유리한 요소다.
그러나 트럼프가 비전과 정책 제시보다는 '네거티브'식 토론에 몰두한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는 것은 물론 경선의 전체 판도를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갈 수도 있다.
홍보전문가인 카민 갤로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밝은 미래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후보가 이길 수 있다"며 "미국인은 낙관론자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최근 ABC뉴스에 출연해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에 대한 공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침없이 생각을 표현하는 평소 스타일에 비춰보면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그가 공개 토론에 익숙지 않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다만 트럼프가 브라운관에서 막말 파문을 벌여 모든 관심을 독차지하면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다른 후보들은 또다시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멀어지게 돼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등 다른 유력 후보가 어떤 '트럼프 대비책'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부시 전 주지사는 트럼프와의 막말 공방을 피하고 외교 정책이나 각 주(州)의 주요 현안을 공부하며 정책 대결로 토론회를 주도할 계획이다.
워커 주지사는 보좌관들에게 '가상의 트럼프' 역할을 맡겨 실전과 같은 토론 연습을 반복하면서 자신을 향한 트럼프의 공격에 맞서 방어책을 마련 중이다.
크루즈 의원이나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신경외과의 출신 벤 카슨 등 나머지 후보들도 국가안보, 복지재정 개혁, 건강보험 등 트럼프가 상대적으로 약한 정책적 주제들을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특히 트럼프에 밀린 나머지 후보들은 1인당 8∼10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발언 기회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 어떤 의제로 공방 벌일까 = 첫 TV토론에서는 불법 이민, 낙태, 총기 규제, 복지재정 등 전통적인 보수 의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막말로 급부상한 불법 이민 문제는 지난 3일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에서 폭스뉴스 토론회의 전초전으로 열린 '보터스 퍼스트 포럼'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바 있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버락 오바마 정부의 이민 정책에 비판을 가하면서도 캐스팅보트를 쥔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의식해 대체로 불법 이민자 강제추방 등 극단적인 주장까지는 펴지 않을 것이 유력하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합법적 신분 부여를 지지해 공화당 내 일각에서 비판을 받았던 부시 전 주지사는 토론회를 사흘 앞둔 3일 국경 경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안보 전략을 발표해 보수 표심 끌어안기에 나섰다.
트럼프의 경우 과거 낙태와 보편적 건강보험 정책을 옹호하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비롯해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이력과 관련해 경쟁자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후보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으로 꼽히는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기후변화 대책, 이란 핵협상 타결, 쿠바와 국교 회복 등에 대해서도 앞다퉈맹공을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발호 등 갈수록 꼬이는 중동 분쟁의 해법을 놓고서도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을 비판하면서 격론을 벌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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