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과 동행한 문인이 남긴 또 다른 열하 기행문

편집부 / 2015-08-05 07:30:23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노이점의 '수사록' 출간

연암과 동행한 문인이 남긴 또 다른 열하 기행문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노이점의 '수사록'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중화의 선비들로서 학문과 문장이 있는 사람들도 연암을 한 번 보고는 매료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중략) 그는 보잘것없는 것들의 밖에서 독특하게 초연한 것을 보고 아름답게 여겼기에, 마침내 그 말을 기록해 서술한다"

조선 후기 문신인 추산(楸山) 노이점(1720∼1788)이 연암 박지원에 대한 흠모의 마음을 담아 쓴 '서관문답서'(西館問答序)에 나오는 내용이다.

노이점과 박지원은 고희가 된 청나라 건륭제의 생일을 맞아 조선이 1780년 보낸 사절단의 일원으로 베이징을 거쳐 청더(承德)까지 함께 다녀왔다.

두 사람은 사행 과정을 나란히 글로 남겼다. 박지원은 연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집필했고, 노이점 역시 중국 견문록인 수사록(隨<木+差>錄)을 완성했다.

성균관대학교 출판부가 수사록을 한글로 옮겨 최근 출간했다. 책에는 5월 25일 도읍을 떠나 10월 27일 한양 계동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매일매일 적은 수사록, 노이점의 가계와 중국관을 설명한 해제, 서관문답서 등을 담았다.

수사록은 일기 형태로 작성한 기행문으로, 노이점은 열하일기에 빠진 부분까지도 꼼꼼하게 기록했다. 별다른 일이 없는 날은 아주 간단하게 썼지만 명소를 방문하거나 공식 행사가 있을 때는 길고 상세하게 기술했다.

특히 중국의 유명 인사인 박명(博明)과 만나 필담을 나눈 8월 22일에는 하루치로 가장 긴 분량을 작성했다.

이날 노이점은 박명에 대해 "그 사람은 재주가 많아 매번 질문을 받으면 단지 첫머리 몇 자만 보아도 곧바로 대답한다"고 평했다.

수사록 곳곳에는 연암 박지원이 등장한다. 여전히 배청숭명(排淸崇明) 사상에 빠진 사대주의자인 노이점은 사대론과 북벌론을 극복해야 한다는 북학파의 선구자인 박지원과 세계관이 달랐다.

밤에 숙소를 빠져나와 저잣거리를 활보한 연암과 달리 노이점은 본성이 차분하고 일탈을 모르는 인물이었다.

노이점은 "박공(박지원)은 고명(高明)하고, 노군(노이점)은 침잠(沈潛)한 사람이지요. 봄에 피는 꽃과 가을에 맺는 열매를 두 분이 각각 차지하고 있지요"라고 한 박명의 말도 수사록에 남겨놓았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열하일기를 축약해 해설 형식으로 실었고, 노이점과 박지원이 엇갈린 지역에서 두 사람의 노정과 사절단의 전체 여정을 표시한 지도를 수록했다.

김동석 옮김. 560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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