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연립정부 구성 난항…조기총선 가능성 제기
제2야당, 조기총선 전제로 소수정부 신임할 듯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터키 총선이 2개월 지났지만 연립정부 구성에 난항이 계속되자 조기총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터키 일간 휴리예트와 자만 등은 4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최다 득표한 정의개발당(AKP)이 2위 정당인 인민민주당(CHP)과 연정 구성 협상을 마쳤지만 양측의 이견으로 합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AKP 대표인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와 CHP의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조만간 협상단의 보고를 받고 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지난 2일 민영방송 하베르튜르크TV에 출연해 다부토울루 총리는 '대연정'을 바라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방해하고 있다며 연정이 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주 기자회견에서 연정은 터키 정치에 적합하지 않으며 두 정당 대표가 합의하지 못한다면 AKP 소수정부와 조기총선을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7일 총선에서 AKP는 전체 의석(550석)의 과반에 못미치는 258석만 확보해 13년 만에 단독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AKP를 창당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사상 첫 직선제 대선에서 승리했으며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헌법 상 정부 체제는 총리를 정부수반으로 하는 내각책임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AKP가 대통령제 개헌에 반대하는 제1야당인 CHP와 연정하는 대신 조기총선을 치러 AKP가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지난달 9일 에르도안 대통령으로부터 정부 구성 권한을 위임받았으며 45일 안에 정부를 출범시키지 못하면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휴리예트는 최근 AKP가 CHP와 연정을 구성하는 대신 AKP 소수정부를 구성하는 대이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안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권한을 위임하면 AKP가 소수정부를 구성하고 제2야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의 지원으로 의회 승인 투표를 통과한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에르도안 대통령은 조기총선을 치를 때까지 실질적 국가원수로서의 권한을 계속 행사할 수 있게 된다.
MHP의 세미흐 얄츤 부대표도 이날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11월에 총선을 실시한다는 전제로 AKP 소수정부를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AKP가 과도정부 성격의 소수정부를 일단 출범하고 11월께 조기총선을 실시한다면 AKP가 과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이번 총선에서 쿠르드계 정당으로는 처음으로 정당별 후보를 내서 원내 진출에 성공한 인민민주당(HDP)이 조기총선에서는 원내 진출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터키는 정당별 전국 득표율 10% 이상인 정당에만 의석을 배정하고 있어 HDP가 지난 총선에선 득표율 13%로 80석을 확보했지만, 최근 쿠르드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이 연일 군경과 무력충돌을 벌이고 있어 HDP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HDP의 셀라하틴 데미르타시 공동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AKP와 MHP가 '전쟁 연정'을 구성했다며 군이 PKK를 공격해 조기총선에서 HDP의 원내 진출을 막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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