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예지원 "무대에서 행복해…큰 공간 채우는 게 숙제"

편집부 / 2015-08-04 20:23:51
"20대 시절 대학로에 공연 포스터 붙이고 다닌 적도"

'홍도' 예지원 "무대에서 행복해…큰 공간 채우는 게 숙제"

"20대 시절 대학로에 공연 포스터 붙이고 다닌 적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무대에서 정말 행복해요. 오히려 제가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극단 마방진이 창단 1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연극 '홍도'에서 주인공을 맡은 배우 예지원(42)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르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아무래도 연극은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연습이 쉽지 않다. 그래도 무대에 서면 정말 행복하다.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하고 관객분들이 사랑해주시니 제가 그 에너지를 다 받는 것 같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그를 TV 브라운관이나 영화 스크린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최근 몇 년 새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다.

'홍도'의 고선웅 연출과는 2013년 톨스토이 연극 '부활'로 인연을 맺어 지난해 '홍도' 초연 무대에 섰다. 이번에는 고 연출이 이끄는 극단 마방진의 창단 10주년 기념공연인 '홍도'에 다시 한번 합류했다.

예지원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제가 대학생 때 교수님 추천으로 극단 성좌에 들어갔다. 당시 대학로에 포스터 붙이는 일을 했다. 그때 인연으로 연극계 분들과 계속 교류하며 지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연극계를 떠난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방송이나 영화 일정에 밀려 연극을 하지 못했을 뿐 언젠가는 다시 무대에 오르겠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고 강조했다.

"끈을 놓은 적이 없습니다. 연극은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니 연습시간 확보가 중요한데 시간을 뺄 수 없어 계속 미루다가 이렇게 됐어요.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습니다."

그는 다시 무대에 선 계기를 "소리를 놓치지 않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연기에선 소리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무대를 떠나있으면서 소리를 잃는다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리가 하루아침에 나오지도 않는데 안 하면 또 없어진다. 그래서 일년에 한편 정도는 연극을 꼭 하려고 한다. 이번에 연습하면서 보니 작년보다 소리가 나아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미 연기 경력이 20여년에 이르는 베테랑 연기자이지만 여전히 연기는 두려운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홍도'도 작년에 한차례 한 적이 있지만 여전히 개막을 앞두고 긴장된다고 그는 털어놨다. 게다가 이번에는 연극 공연장으로는 큰 편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려 부담이 더 크다.

"큰 공간을 채우는 게 숙제입니다. 대사가 전달이 안 되면 어쩌나라는 걱정에 연습할 때도 매 순간 두렵습니다."

그는 그럼에도 관객들의 응원에 힘입어 용기를 내고 공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공연 때 생각 이상으로 큰 사랑과 용기를 얻었다. 경험은 부족하지만 용기 주신 분들이 많아 다시 이렇게 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의 배경이 1930년대이지만 현대와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홍도'는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오빠의 학업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기생이 된 홍도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작품의 큰 줄기다.

홍도는 '우림정'에서 기생으로 일하던 중 명문가 자제인 광호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우림정'의 주인인 광호의 어머니는 극렬히 반대한다.

광호 아버지의 승낙으로 두 사람은 결혼하지만 광호의 어머니와 동생 봉옥은 광호가 북경으로 유학 간 틈을 타 음모를 꾸며 홍도를 쫓아낸다. 중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광호는 어머니와 동생의 계략에 홍도를 부정한 여자라고 오해하고 정혼자인 혜숙과 다시 결혼을 추진한다. 이에 충격을 받은 홍도는 혜숙을 칼로 찔러 죽이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예지원은 "고전적인 인물이지만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홍도는 오뚝이 같은 여자다. 만화에 비교하면 캔디 같은 캐릭터다. 어깨에 많은 걸 짊어진 현대 여성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한 역할들보다 마음에 더 와 닿고 공연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무대에서 한바탕 눈물을 흘리며 연기를 끝마치고 나면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슬프면서도 웃음이 나는 작품이다. 울고 웃다 보면 속이 정화되고 해소되는 느낌인데 관객들도 같이 느끼는 것 같다. 작품이 그만큼 좋아서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대 시절 대학로 거리에 공연 홍보 포스터를 붙이고 다녔던 것처럼 최근 TV 예능프로그램 등에 출연을 자처해 연극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심지어 극중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한복 차림으로 다니고 있다.

그는 "포스터에도 제 얼굴이 크게 나오니 책임감이 든다. 무엇보다 작년에 한차례 공연하면서 작품에 자신감이 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한발 더 다가간 기분이 든다. 그래서 다른 분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연극 분야에서도 새로운 한류를 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좀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한류가 방송이나 영화만이 아닌 연극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연극계에)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관심을 많이 못 받고 있어요. 이 작품을 통해 한국 연극도 알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오래오래 홍도를 하고 싶어요."

일정 5~23일. 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티켓가격 3만~5만원. 문의 ☎1666-5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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