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 폭염에 이라크서 "전기 부족" 항의 시위(종합)
"공무원 부패·정책 실패" 반정부 시위로 번져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를 참지 못한 이라크 시민들이 정부에 전기 공급을 요구하는 시위를 잇달아 벌였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후 바그다드 중심부 타흐리르 광장엔 시민 수천명이 모여 정부에 전기를 충분히 공급해 달라고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라크 발전·송전 시설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상당 부분 파괴됐으나 이후 치안 공백으로 약탈이 횡행했고 장기간 내전으로 복구되지 못해 지금도 대부분 지역에서 하루 수 시간만 전기가 공급되고 있다.
일부 부유층은 단전 시간에 개인 발전기로 에어컨을 가동하지만 서민층은 전기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더위를 그대로 견딜 수밖에 없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전기 공급이 부족한 이유를 정부의 부패 탓으로 돌리면서 "(공무원은) 도둑들"과 같은 구호를 외치는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이라크가 주요 산유국임에도 공무원의 부패와 무능으로 전력망 같은 국가 기간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1일에도 남부 바스라 주(州) 주청사 앞에 시민 500여 명이 모여 정부의 전기와 상수도 공급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남부 카르발라에서도 같은 시위가 열렸다.
지난달 31일 열린 카르발라의 금요예배에서 이라크 시아파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는 "이라크 국민이 전력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알시스타니의 대변인 압둘 마흐디 알카르발리도 "모든 정부는 항상 직전 정부만 탓한다"며 "다에시(이슬람국가·IS)에 맞서야하는 이라크 국민은 아직 (불편을) 참고 있지만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라크 정부는 기온이 급상승하자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나흘간 임시 공휴일을 선포했다. 또 지난달 29일 전기 절약을 위해 24시간 공급하던 정부 청사에 대해서도 제한 송전하기로 했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시위가 심상치 않게 거세지자 지난달 31일 밤 관계부처와 긴급회의를 열어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이라크 총리실은 "알아바디 총리가 시민의 요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전력부에 전력공급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시위에 강경하게 대처하던 이라크 경찰도 이번엔 물을 나눠주면서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이라크 전력부는 지난주 전력 공급을 현재 8천500㎿에서 1만1천만㎿로 조만간 올리겠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이는 여름철 첨두 부하의 절반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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