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사극에 등장하는 전통 마을 직접 보니 신기해요"

편집부 / 2015-08-01 12:33:51
동포 대학생들, 영남 사림 종가에서 전통 예절 배워
동포재단 초청 19개국 52명, 고령 개실마을서 농촌 문화도 체험


"TV 사극에 등장하는 전통 마을 직접 보니 신기해요"

동포 대학생들, 영남 사림 종가에서 전통 예절 배워

동포재단 초청 19개국 52명, 고령 개실마을서 농촌 문화도 체험



(고령=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TV 사극에서 본 전통 마을을 직접 보니 신기해요, 마을 분들도 친절하시고 무엇보다 모국의 푸근한 정을 느껴서 행복합니다."

러시아, 중국, 미국, 멕시코, 칠레 등 19개국에서 온 52명의 동포 대학생이 영남 사림(士林)의 종가(宗家)인 경북 고령의 개실마을에서 전통문화의 매력에 푹 빠졌다.

지난달 28일부터 7박8일 일정으로 재외동포재단의 '재외동포 대학생 초청 연수'에 참가한 이들은 1일 오전 개실마을의 종가 고택에서 김종수 이장으로부터 전통 예절을 배웠다.

개실마을은 조선 중엽 영남 사림파의 종조(宗祖)로 불리는 점필재 김종직(金宗直, 1431∼1492)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으로 360년 된 한옥 마을이다.

사랑방 마루에 둘러앉은 학생들은 김 이장으로부터 목례, 세배, 제사절 등 올바른 인사의 의미와 방법을 배웠다.

"악수는 서양에서 온 인사법이고 우리는 서로 고개를 숙이는 목례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부모나 어르신을 만나면 절을 했죠. 세배할 때 절과 제사 때 절하는 법도 다릅니다. 각각의 형식에는 그 의미가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을 담는 것입니다."

외국에서 태어나 세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학생들은 신기한 듯 설명에 귀를 기울였고 처음 해보는 절에 자세가 잘 안 잡혀 기우뚱거리면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대표로 세배를 드린 후 세뱃돈을 받은 게 신기하고 기쁜 멕시코 한인 후손 유알란(22·남) 씨는 "할아버지의 나라가 오랜 전통과 문화를 간직해 왔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더욱 번창하라는 의미로 준 세뱃돈이라 쓰지 않고 기념으로 간직해야겠다"고 활짝 웃었다.

예절 교육을 받고 나서 학생들은 마을의 유래, 풍수와 음양의 이치에 따른 한옥의 구조 등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마을을 둘러보았다.

학생들은 "대나무를 마을 뒤쪽으로 둘러 심은 것은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올곧은 선비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는 김병만 마을 회장의 소개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의대에서 의술을 배우는 고려인 4세 김성미(23·여) 씨는 "옆집이 다 들여다보이는 낮은 담을 쌓은 이유가 서로 터놓고 지내며 교류하자는 의미라니 얼마나 이웃과 우애가 깊었는지 알겠다"면서 "여기 오니 러시아에서 못 느꼈던 우리 민족의 '정'에 마음이 열리는 느낌"이라고 즐거워했다.

이들은 전날인 31일에는 민속놀이 체험으로 물총 만들기, 굴렁쇠 굴리기, 장대 걷기 놀이를 즐긴 후 징, 북, 꽹과리, 장구 등 '사물놀이'도 배웠다.

조선족 학생으로 중국 베이징 중앙민족대 입학을 앞둔 최주림(19·여) 씨는 "조선어 문학을 전공해 한국의 좋은 문학작품을 중국에 소개하는 번역가가 꿈"이라며 "이번 체험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반겼다.

참가자들은 "TV에서 본 사극에서 나오는 한옥 마을이 그냥 예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사는 철학을 담고 있어 감동적"이라며 "에어컨을 틀지 않고 자도 시원해 한옥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멕시코 출신의 에스테파니아 델라쿠르스(23·여) 씨는 구한말 군인이던 외증조부가 나라를 빼앗긴 후 좌절감을 견디지 못해 멕시코로 이민했다는 내력을 어른들에게서 들었다고 한다.

그는 "모국을 처음 방문했는데 발전한 도시와 전통을 간직한 시골 모두 환상적"이라며 "처음 먹어보는 한식이 입맛에 맞아 내가 한인 후손이란 걸 실감했다"고 놀라워했다.

칠레에서 태어나 뉴욕대 중국 상하이(上海)분교에 다니는 오은선(20·여) 씨는 "거주국에서 소수로 살다가 이중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을 한꺼번에 만나니 정말 마음이 편하다"며 "서로 고민과 우정을 나눠 정말 값지고 한민족이라는 사실에 자부심도 생겼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 다롄(大連)에서 태어나 뉴욕 로체스터대에 진한학 윤금찬(22·남) 씨는 "처음 접한 사물놀이에서 서툴지만 호흡을 맞춰 하모니를 만들어냈을 때 감동했다"며 "동포들은 사는 곳이 제각각이지만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함께 배우고 웃으며 우정을 나누니 이것 역시 또 다른 하모니"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체험을 마친 후 참가자들은 농촌 돕기에 나서 곳곳을 청소했다. 또 개실마을을 찾는 다른 외국인을 위해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영어 등으로 마을을 소개하는 안내판과 팻말을 만들어 기증했다.

16회를 맞은 재외동포 대학생 초청 연수는 세계 각국의 한인 청소년이 한국의 역사·문화 등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모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행사.

올해는 29개국에서 온 200여 명이 대구, 대전, 목포, 울산, 원주 등 5개 지방으로 나눠 모국 체험에 나섰다.

이들은 2일에는 서울로 이동해 광화문에서 광복 70주년 기념 '아리랑 퍼포먼스'를 벌인 후 한국 근·현대사 유적지 순례와 도시 탐험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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