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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에다=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루에다는 스페인 최고의 화이트와인 생산지 중 하나이다. 사진은 이예라 가가 운영하는 지하 와인 저장고. 2015.7.29 dkllim@yna.co.kr |
루에다, 우아한 맛의 화이트 와인 생산지
(루에다=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스페인 와인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호주, 칠레의 와인에 비해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스페인은 기원전 1000년쯤부터 농사를 지었을 정도로 포도 재배의 역사가 오래되고 재배 면적도 유럽에서 가장 넓은 나라이다. 물론 기후가 건조하고 땅이 척박해 생산량은 프랑스, 이탈리아에 미치지 못한다.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스페인 와인은 유럽의 다른 국가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19세기 후반 진딧물의 일종인 필록세라로 유럽의 포도밭이 황폐해졌을 때 프랑스 포도 재배업자들이 스페인 북동부 사라고사(Zaragoza)주의 리오하(Rioja)로 이주하며 판도가 달라졌다.
프랑스의 발달된 와인 양조 기술이 전해진 것은 물론 리오하를 중심으로 품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졌고 정부는 와인 등급 기준을 마련했다. 현재 스페인 와인은 세계 어느 나라의 와인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맛과 품질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특히 스페인 와인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서 생산되는 특별한 와인
스페인을 대표하는 와인 생산지는 리오하다. 이곳의 레드 와인은 ‘스페인의 보르도 와인’이라 불릴 만큼 명성이 높다. 또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헤레스(Jerez)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디저트 와인인 셰리(Sherry)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이밖에 페네데스(Penedes), 리베라 델 두에로(Rivera del Duero), 리아스 바익사스(Rias Baixas), 말라가(Malaga) 등 다양한 지역에서 와인이 생산된다.
특히 바야돌리드 인근의 루에다는 스페인 최고의 화이트 와인이 생산되는 곳이다. 이곳은 해발 800m의 고지대로 스페인의 다른 지역에 비해 겨울이 길고 추우며, 여름은 뜨겁고 건조해 특별한 맛의 포도가 재배된다. 특히 토착 품종인 베르데호로 만든 와인은 숙성 초기에 병에 넣기 때문에 배, 복숭아, 망고 등의 향기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전체적으로 향기롭고 깔끔한 맛이 난다.
◇ 저장 터널에서 즐기는 루에다 와인과 음식
루에다에는 6대에 걸쳐 와인을 생산하는 이예라(Yllera) 가(家) 소유의 와인 양조와 저장 시설, 드넓은 포도밭이 있다. 생산되는 와인은 화이트 와인이 주를 이루지만 최근 이곳에서는 레드 와인, 로제 와인, 스파클링 와인 등도 나오고 있다. 이예라 그룹의 대표 와인으로는 이예라, 브라카몬테(Bracamonte), 칸토산(Cantosan), 가르실라소(Garcilaso), 코엘루스(Coelus) 등이 있다.
루에다를 방문한 관광객에게 가장 흥미로운 공간은 역사가 14세기까지 거슬러 가는 지하 와인 저장고이다. 지하 20여m에 마련된 저장고는 길이가 2㎞에 달하는데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로 설계됐다. 이런 이유로 저장고 내부는 그리스 신화에서 미로에 갇힌 미노타우로스를 죽이러 가는 테세우스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운 ‘아리아드네의 실타래’(El Hilo de Ariadna)를 주제로 꾸며져 있다.
여행은 와인 저장고 건물의 좁은 출입구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시작된다. 11도로 기온이 유지되는 어두컴컴한 지하 터널을 따라 은은한 조명이 밝혀져 있고 곳곳에서 와인을 저장한 둥그런 통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곳에는 병에 담긴 와인이 벽면을 한가득 채우고 있기도 하다. 저장 기간이 오래된 탓에 병 표면에는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다. 옛날에 포도즙을 짜던 기계와 와인을 담았던 낡은 통들도 볼 수 있다. 곳곳에는 그리스 신화의 등장인물을 묘사한 그림이 있고, 울부짖는 미노타우로스의 모형도 목격할 수 있다.
지하 세계 여행은 와인 바와 레스토랑으로 이어진다. 터널 한쪽의 아치형 방에 마련된 분위기 좋은 와인 바에서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로제 와인 등 이곳에서 주조된 다양한 와인을 간단한 주전부리와 함께 맛볼 수 있다. 방문객은 은은하게 조명이 밝혀진 둥근 천장이 있는 비좁은 바에서 여유롭게 와인을 즐기며 흥겨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 최대 3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와인과 함께 새끼돼지 구이 같은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의 훌륭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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