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문고판 독서 혁명' 펭귄북스 탄생
(서울=연합뉴스) 1934년 어느 날, 영국의 한 기차역. 한 남자가 기차역 가판대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기차 안에서 읽을만한 책이 없나 가판대를 살펴보던 남자는 이내 실망하고 만다. 가판대에 잡지와 빅토리아 시대의 소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의 이름은 앨런 레인(Allen Lane·1902∼1970). 출판사 편집장인 그는 인기 추리소설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를 만나고 런던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기차 안에서 그는 누구나 손쉽게 사볼 수 있는 양질의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문고판(페이퍼백)의 대명사 '펭귄북스'다. 1935년 7월30일 애거사 크리스티의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등 10권이 1차분으로 나왔다.
당시 좋은 책을 읽으려면 돈이 많거나 도서관에 가야 했다. 인기 작가들의 책은 일반인이 사보기엔 너무 비쌌다. 값싼 페이퍼백 책이 있었지만 통속 소설이 대부분이었다. 펭귄북스는 책에 대한 이런 통념을 바꿔놓았다. 펭귄북스의 가격은 권당 6펜스. 당시 담배 한 갑 가격이었다. 일반 서점뿐 아니라 기차역, 담뱃가게에서도 펭귄북스 시리즈를 살 수 있었다. 지금은 고전이 된 펭귄 책 표지도 당시로선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
펭귄북스는 출간 1년 만에 300만 부가 팔려나가며 '독서 대중화의 시대'를 열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히틀러에 관한 논픽션 등을 펴내 인기를 끌었으며 1946년부터는 호머의 '오디세이' 등 고전을 엄선한 '펭귄 클래식'을 선보였다.
한국에서는 '삼중당문고' '을유문고' 등이 1960∼70년대 문고판 전성기를 누렸다. 2000년대 들어서는 책세상의 '책세상문고', 살림출판사의 '살림지식총서' 등 인문·교양 서적이 문고판 시장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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