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 거부하는 백혈병 소년…결정해야 하는 판사

편집부 / 2015-07-29 14:36:40
이언 매큐언 장편 '칠드런 액트' 번역 출간

수혈 거부하는 백혈병 소년…결정해야 하는 판사

이언 매큐언 장편 '칠드런 액트'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59세의 영국 고등법원 가사부 판사 피오나 메이는 이혼 소송과 양육권 다툼 양육권 다툼에서 '적절한'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 매일 하는 일이다.

항상 다른 이의 가정사를 굽어보고 조언하는 일을 해온 피오나는 어느 날 "죽기 전에 한 번은 대단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싶다"며 젊은 여성과 연애를 하겠다는 남편의 선언에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피오나는 양육권 소송 판결문을 수정해야 하는 운명이다.

남편이 결국 집을 나가기로 하면서 35년 결혼생활의 회의에 빠져 있던 피오나에게 특이한 사건이 배당된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며 백혈병을 앓는 10대 소년에게 강제로 수혈할지 판결해야 하는 일이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이 소년은 3일 내로 다른 사람 피를 받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치료를 거부하는 것을 개인의 기본권으로 보는 영국 법 아래에서 의사가 환자 의사에 반해 치료하는 것은 폭행죄에 해당한다. 이 소년이 자기 결정권이 생기는 18세 생일까지 3개월을 남겨둔 상태에서 피오나는 그의 목숨이 걸린 판결을 맡는다.

피오나는 아이가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지키려는 믿음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이 진정 그의 복지를 위한 길인지 파악하려고 직접 병원을 찾아간다.

병상에서 만난 두 사람 사이에는 예상하지 못한 감정의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피오나는 소년과 만남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 믿어온 가치를 다시 돌아보고, 결국 피오나의 결정에 따르는 소년도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영화 '어톤먼트'의 원작 소설을 쓴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의 새 장편 '칠드런 액트'는 1989년 제정된 영국의 아동법에서 제목을 따왔다. 이 법은 법정이 미성년자와 관련한 사건을 판결할 때 아동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다.

매큐언은 판사들과 식사 자리에서 친구이자 전직 항소법원 판사인 앨런 워드의 판결문을 접하고 이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여러 가사부 판결문을 찾아 읽어본 매큐언은 인간사의 갖가지 갈등을 묘사한, 마치 문학작품 같은 판결문에 매료됐다.

작가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견해를 소개한다.

"고등법원 가사부에서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관심사, 즉 사랑과 결혼 그리고 그 두 가지 모두의 종말, 싸움을 통한 재산분할, 아이들의 운명에 대한 신랄한 다툼, 부모의 폭력과 방임, 유산, 질병과 치료, 결혼생활의 파탄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종교적 혹은 도덕적 분쟁 등을 다루고 있었다. 판사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매큐언은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인간 윤리와 가치 판단의 문제를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중년 여성과 사춘기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그려낸다.

그는 책의 중심 사건인 수혈에 관한 재판 외에도 그가 취재한 여러 판결을 이야기에 녹여냈다. 선뜻 한쪽 손을 들기에는 고민이 따르는 판결 이야기들은 소설의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민은영 옮김. 한겨레출판. 296쪽. 1만3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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