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찾기 나선 오바마 '최초인류 루시'에 경탄
"지구촌이 한 뿌리란 사실 잊어 갈등·폭력·슬픔"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아프리카 케냐에서 '아버지의 뿌리'를 찾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곧이어 방문한 에티오피아에서는 '인류의 뿌리'를 만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궁전에서 열린 만찬에 앞서 궁전에 전시된 인류 조상 '루시'(Lucy)의 화석을 직접 보고 만졌다.
루시는 1974년 에티오피아 북부 아파르에서 출토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화석이다.
키 107㎝에 20세 전후 여성으로 추정되는 이 유골은 무려 32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돼 단숨에 '최초의 인류', '인류의 조상'이 됐다.
루시라는 이름은 고인류학자 도널드 조핸슨이 발굴 때 현장에서 듣던 비틀스의 노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즈'(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따왔다.
에티오피아에서 1994년 발견된 440만 년 전 화석 '아르디'를 비롯해 루시보다 앞선 인류 화석들도 발굴됐으나 루시는 여전히 인류의 조상으로 불리고 있다.
골반뼈와 척추뼈 등 인체의 40%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해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완전한' 인류 화석이기도 한 데다, 발견 당시 사람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안긴 만큼상징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도 루시를 더할 나위 없이 '극진히' 대접한다.
보통 때에는 에티오피아자연사박물관에 보존돼 있는데 관람객들은 복제품만 관람할 수 있고, 박물관 밖으로도 거의 반출되지 않는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에게 선보이려고 궁전으로 루시를 옮길 때에도 어느 차에 루시가 실려 있는지 알 수 없도록 여러 대의 차들이 한꺼번에 이동했다.
국빈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에 맞먹는 경호를 받는 진귀한 존재인만큼 이를 직접 만져볼 기회까지 가진 오바마 대통령도 "멋지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제레세네이 알렘세지드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원장은 "(막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포함해 지구촌 70억명 한 명 한 명이 이 사슬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농담을 섞어 루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관람 후 만찬 건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방금 루시를 만났다"며 "에티오피아인, 미국인,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같은 인류의 가족이고, 같은 사슬에서 왔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역경과 갈등, 슬픔, 폭력은 모두 우리가 그 사실을 잊고 있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감회를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아프리카 방문에서 사적인 활동이 충분하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이 느낀 불만이 루시 화석을 만진 특별한 경험으로 다소나마 누그러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