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개국 20년…"심장박동 느끼게 하는 채널될 것"
신형관 엠넷 본부장 인터뷰…"음악으로 할수 있는 일 많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엠넷(Mnet)은 뮤직네트워크의 약자인데,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음악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은 뭐든 한발 앞서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1995년 3월1일 국내 케이블시대가 열리면서 여러 채널 중 하나로 시작한 엠넷이 케이블 역사와 함께 올해만 스무살을 맞았다.
20여 개에서 출발한 채널 수가 현재 100여 개에 이르기까지 그간 케이블에서 많은 채널이 명멸했다. 엠넷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성장일로를 걸어온 몇 안 되는 채널 중 하나다.
2012년 상반기 첫 흑자를 냈고, 다시 올 상반기에 두 번째 흑자를 냈다. 액수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TV를 거쳐 1997년 CJ E&M 공채 1기로 엠넷에 입사한 신형관 엠넷 본부장(상무·45)을 최근 광화문에서 만났다.
"하트 오브 트웬티(Heart of Twenty), 20대의 감성을 대변하는 채널이 되고자 합니다. 100여 개 케이블 채널 중 뭔가 좀 다른 프로그램을만들기 위해 시행착오와 실패를 많이 했습니다. 남이 안 하는 것을 해보려고 노력했고, 그러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엠넷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뭐니뭐니해도 2009년 첫선을 보인 가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여기에 2004년부터 현재까지 방송 중인 가요순위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과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방송된 '생방송 와이드 연예뉴스'도 빼놓을 수 없다.
또 2012년 시작한 이래 늘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와 그 인기로 탄생한 '언프리티 랩스타', 올해 첫선을 보인 '너의 목소리가 보여'도 엠넷의 옥동자들이다.
글로벌 음악 축제인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는 엠넷의 영향력을 해외로 확장시켰다. 매해 열리는 이 음악축제는 이제 해외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가 됐다.
신 본부장은 "K팝의 성장기와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2005년 엠넷재팬 개국 행사를 일본 부도칸(武道館)에서 했는데 오프닝은 이효리, 엔딩은 보아가 했고 신화와 동방신기 등이 출연했어요. 그야말로 최고였죠. 2000년 초반부터 성장세를 걸어온 K팝 덕분에 엠넷이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엠넷 초창기만 해도 지상파에서 가요프로그램을 하는데 엠넷이 되겠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제는 '엠카운트다운'에서 먼저 신곡을 발표하는 가수들이 많을 정도로 지상파 부럽지 않은 위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런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MAMA 시상식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요."
신 본부장은 CJ E&M의 한류 컨벤션인 케이콘(KCON)도 지휘한다. 4년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하는 KCON도 K팝을 기반으로 한국음식과 패션,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행사다.
"2011년 한류가 피크를 찍었을 때 많은 방송사에서 K팝 옴니버스 공연을 하다가 지금은 흐지부지됐는데, 저희는 KCON을 계속 키우고 있습니다. 작년 행사에는 4만3천명이 모였는데 올해는 더 많이 모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50대 미국인 아주머니가 떡볶기를 먹으면서 아이돌그룹 틴탑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광경이 현장에서 펼쳐집니다. 22년째 케이블에 몸담고 있지만, 저 역시도 케이블이 이렇게 성장할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K팝의 성공을 바탕으로 엠넷도 기회를 잡은 거죠. 엠넷 초창기만 해도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센터에서 열리는 그래미나 MTV 시상식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봤는데, 올해 저희가 KCON쇼를 바로 그 스테이플 센터에서 처음으로 개최합니다. 감회가 남다르죠."
엠넷은 다음 달 '슈퍼스타K' 시즌 7을 선보인다. '슈퍼스타K'는 기성 가수에 기대지 않고 숨어 있는 아마추어들을 발굴해내며 방송가에 오디션 붐을 지핀 프로그램이다.
"모든 콘텐츠에는 수명이 있으니 '슈퍼스타K'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죠. 시즌2는 최고 시청률이 20%까지 치솟았지만 시즌5는 망했다는 평가를 듣는 등 저희도 부침이 컸죠. 하지만 분명한 건 매 시즌 새로운 참가자가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그걸 보면 아직 이 프로그램의 수명은 남아있는 것 같아요. '슈퍼스타K'를 통해 아이돌그룹 외에 어쿠스틱이나 밴드 등 가요의 장르를 확대하고 솔로아티스트를 발굴해낸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올해 시즌 7에도 기대주들이 많이 참가했어요."
'슈퍼스타K'는 지난해 중국 후베이 위성 TV에서 포맷이 팔려 현지판으로 제작이 되기도 했다.
엠넷이 올해 선보인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지난 4월 세계 최대 TV 프로그램 견본시(見本市·trade fair)인 프랑스 밉(MIP) TV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5대 프로그램'에 뽑혔다. 한국 프로그램 최초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중국 강소위성 TV와 태국에 포맷이 팔렸어요. 중국에서는 내년 초 현지 버전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은 엠넷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중장년층도 좋아했어요.(웃음)"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최근 '쇼미더머니'는 잇달아 호된 비난에 직면했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가사로 인해 두들겨 맞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쇼미더머니'는 최근 시청률이 3%까지 올랐다.
그는 "저희가 부주의했던 게 맞다"며 "제작진도 책임감을 더 느끼며 부족한 부분을 많이 조사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힙합 프로그램인데 이렇게 시청률이 좋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시즌 2부터 반응이 왔고 작년 시즌 3에서는 시청률 1%를 넘겼어요. 그러다 올해는 3~4%를 오가고 있어요. 정말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시청률이 0.3%면 방송에서 같은 일이 벌어져도 아무도 주목 안 했겠죠. 그런데 3%를 넘다보니 사정이 달라졌어요. '언프리티 랩스타'도 가볍게 시작했는데 반응이 너무 뜨거웠어요. 힙합 장르를 대중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기쁨과 함께 좀 더 제작에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반성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신 본부장은 "이제 20년 넘었으니 엠넷이 좀 더 성숙해야겠지만, 언제나 심장박동을 느끼고 두근거림을 줄 수 있는 채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음악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앞으로도 EDM 등 음악적으로 덜 조명된 장르를 소개하는 등 음악과 관련된 많은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또 K팝과 함께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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