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폭력행사' 정신질환자에 수갑 쓴 구급차 직원 고발
"신체억제 필요해도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폭력을 휘두른 정신장애 환자에게 철제 수갑을 채운 환자 이송업체 직원이 검찰에 고발됐다.
2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정신장애 2급인 A씨는 올해 2월 입원 중이던 정신병원에서 사물함을 부숴 각목을 뽑아낸 뒤 수일 전 다퉜던 다른 환자 최모씨의 머리와 뒷목을 수차례 때리는 등 상처를 입혔다.
병원 직원들의 제지에도 A씨가 병동 문을 발로 차는 등 계속 소란을 피우자, 병원 측은 A씨 누나의 동의를 얻어 그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이틀 후 A씨 이송에 나선 구급차 직원 B씨는 A씨의 양손을 뒤로 젖히고 철제 수갑을 채워 끌고나가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이에 A씨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갑을 쓰는 등 과도하게 자유를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B씨를 형법상 폭행,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상 폭력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병원 측에는 위법한 신체 억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속 직원을 교육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환자에 대한 신체 억제가 필요하다면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며 "보건복지부가 정한 '격리 및 강박 지침'에 따라 끈이나 가죽 재질의 강박대, 벨트, 보호복 등을 이용해 인격이 보호되는 방법을 썼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환자의 신체 억제 행위는 병원 직원들이 하는 것이고, 자·타해의 위험이 있는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경우에는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B씨가 수갑을 소지하고 다니면서 직접 응급환자의 신체를 억제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병원 측도 B씨가 수갑을 채우는 것을 말리기는커녕 B씨를 도와줬다"며 "병원은 B씨의 불법 행위를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B씨는 인권위에서 "A씨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병원 직원의 도움을 받아 도복 끈으로 A씨를 묶었지만 수갑을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을 목격한 다른 환자는 "A씨는 난동을 부리다 B씨가 오자 저항하지 않았다"며 "B씨는 A씨를 이동침대에 납작 엎드려 눕히고 양 손목에 수갑을 채워 데리고 나갔다"고 진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의 입원이나, 입원기간 신체를 제한하는 행위는 법률과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행해져야 한다는 헌법 정신을 확인한 결정"이라며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라도 헌법상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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