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K와 휴전 3년만에 깨져…미국 'IS 격퇴 대리전'도 영향
터키, IS 격퇴전 선봉에…쿠르드 반군과 전쟁 재개(종합)
시리아 내 IS 3차 공습…'IS 안전지대' 설정
PKK와 휴전 3년만에 깨져…미국 'IS 격퇴 대리전'도 영향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터키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터키 내 쿠르드족 자치를 내건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 모두와 본격적으로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터키는 25일(현지시간) 시리아 영공에 진입해 '3차 IS 공습'을 단행하는 등 IS 격퇴전의 선봉에 섰으며 시리아 북부에 'IS 안전지대'를 설정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는 또 PKK와 휴전 3년 만에 처음으로 이라크 북부의 PKK 기지를 공습해 PKK와의 전쟁이 재개됐다.
PKK는 미국의 IS 격퇴전 파트너인 시리아 쿠르드와 밀접한 관계로 미국의 시리아 IS 격퇴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터키 "IS 공습 멈추지 않는다"…시리아에 'IS 안전지대' 설정
터키는 전날 새벽 처음으로 시리아 내 IS 기지를 공습한 데 이어 전날 밤에는 처음으로 전투기가 시리아 영공에 진입해 IS를 폭격했고 이날 낮에도 3차 공습을 벌였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IS 3차 공습과 PKK 2차 공습을 발표하면서 "터키를 겨냥한 테러 조직의 모든 시설이 파괴될 때까지 작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전날 전투기들이 IS 기지 등 목표를 100% 제거했다며 "IS에 대응하는 작전을 멈주치 않겠다"고 밝혔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이지만 미국과 달리 IS 공습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지난 23일 터키군 1명이 IS의 총격으로 사망한 이후 강경 대응으로 돌아섰다.
터키군은 지난 23일 시리아 접경 지역에서 IS 조직원 5명이 총격을 가해 터키군 1명이 사망했으며 교전수칙에 따라 대응공격해 IS 조직원들을 모두 사살했다고 밝혔다.
터키 정부는 1차 IS 공습은 총격전이 벌어진 지역이 대상이라고 밝혔지만 2, 3차 공습 지역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1차 공습은 터키 영공에서 이뤄졌으나 2차 공습부터는 시리아 영공에서 단행해 대응공격 차원이 아닌 시리아 북부에서 IS를 제거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터키가 시리아 내전 초기부터 주장한 시리아 북부에 비행금지구역을 포함한 안전지대를 설정하는 방안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전복해야 한다는 터키 정부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정부군이 공습하지 못하도록 하고 온건 반군이 이 지역을 기반으로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상을 강조해왔다.
터키 일간 휴리예트는 이날 터키와 미국이 'IS 안전지대' 설정에 합의했다며, 터키와 접경한 시리아 북부의 98㎞ 구간에 폭 40㎞ 지역이 설정된다고 보도했다.
터키 정부 관계자는 휴리예트에 'IS 안전지대'로 명명한 것은 미국이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우방인 러시아와 이란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메브류트 차부쇼울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 보도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IS 격퇴전이 성과를 거두면 IS가 물러난 지역이 안전지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부쇼울루 장관은 "터키는 시리아 난민들이 안전지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안전지대와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안전지대 설정은 터키 남부 인지를릭 공군기지를 미국의 IS 공습에 이용하도록 합의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인지를릭 기지 개방을 확인하면서 "특정 체계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해 안전지대 설정이 전제됐음을 시사했다.
휴리예트는 시리아 온건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에 무장지원하고 안전지대에서 IS를 격퇴하면 FSA가 이곳을 통제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터키의 이런 계획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해야만 가능했지만 지난 23일 IS가 터키군에 총격을 가함에 따라 자위권을 인정한 유엔 헌장 51조에 따라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실행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PKK와 3년 만에 전쟁 재개…미국 'IS 격퇴 대리전'도 영향권
터키는 전날 밤 PKK가 휴전을 선언한 지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 영토인 칸딜산의 PKK 기지를 공습한 데 이어 이날 2차 공습도 감행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이날 2차 공습과 포격을 발표하며 "마수드 바르자니 KRG 수반에게 PKK 공습을 설명했고, 바르자니 수반도 터키가 PKK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고 동의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PKK와 전쟁에 나선 것은 지난 20일 남부 수루치에서 IS 조직원인 터키 대학생의 자폭테러로 쿠르드 세력과 가까운 사회주의자청년연합(SGDF) 회원 등 31명이 사망한 이후 PKK가 경찰과 군을 공격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PKK는 수루치 테러는 정부가 그간 IS를 방조했기 때문에 벌어졌다며 터키 동부에서 군과 경찰에 총격과 폭탄공격을 잇따라 벌이고 있다.
PKK는 지난 22일 샨르우르파주 제이란프나르에서 경찰관 2명을 총을 쏴 죽였고 23일 디야르바크르에서도 경찰관 2명에 총격을 가해 1명이 사망했다.
전날에도 PKK가 디야르바크르 경찰서를 폭탄으로 공격해 경찰관 7명이 부상했다.
PKK는 전날 빙굘과 에르주룸 등지에서 경찰관과 공무원 등 4명을 납치했다가 풀어줬으며, 민간인 15명을 납치해 억류하고 있다.
PKK의 청년 지부인 '애국혁명가청년운동'(YDF-H)은 지난 23일부터 이스탄불 등지에서 IS 조직원을 잇따라 살해했다.
정부가 PKK 기지를 공습하자 PKK는 이날 성명을 내고 휴전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수감 중인 압둘라 외잘란 PKK 지도자는 지난 2013년 3월 자치를 위한 무장항쟁 30년 만에 휴전을 선언했고, 지난 2월에는 조직원에 무장을 해제하라고 요구하는 등 정부와 평화협상에 주력했지만 전날 공격을 계기로 사실상 전쟁이 재개됐다.
경찰도 전날부터 대대적으로 PKK 조직원 검거에 나서 PKK와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PKK는 시리아 쿠르드족 세력인 민주동맹당(PYD)과 밀접한 관계이며 PYD의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는 미국의 시리아 내 'IS 격퇴 대리전'의 최상의 파트너로 활약해왔다.
PKK 조직원 가운데 시리아 북부에서 YPG와 함께 IS와 싸우고 있다는 점에서 터키 정부와 PKK 간 전쟁은 미국이 지원하는 YPG의 IS 격퇴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미국은 터키 정부에 PKK 평화협상 재개와 PYD와 타협을 중재할 가능성이 있다.
터키 역시 'IS 안전지대'가 성공하려면 YPG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간접적이라도 PYD와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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