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현대의학, 아기 탄생의 상식을 뒤집다
(서울=연합뉴스) 고구려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유화(柳花) 부인은 남편 해모수가 하늘로 올라간 뒤 배에 내려앉은 한 줄기 빛으로 회임해 알을 낳는다. 알에서 태어난 이가 훗날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다. 이같은 건국신화가 아니라면 아기는 성관계를 거쳐야만 태어날 수 있다는 게 상식이었지만 현대 의학은 '체외수정'(In vitro fertilization)으로 이 상식을 뒤집었다.
1978년 7월25일 영국 북서부 도시 올덤(Oldham)의 한 병원에서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인 루이스 브라운이 태어났다. 로버트 에드워즈(1925∼2013) 박사는 결혼 후 9년간 부인의 나팔관 유착 증세 탓에 불임으로 고통받던 브라운 부부와 함께 역사적인 시도를 했다. 언론은 '시험관 아기'(test tube baby)가 태어났다고 보도했지만, 브라운 부부의 정자와 난자는 실제로는 샬레(실험용 접시)에서 수정됐다. 4년 후에는 딸 나탈리 브라운이 같은 방법으로 태어났다.
루이스 브라운은 2004년 결혼해 2006년 현대의학의 특별한 도움 없이 아들을 낳았다. '체외수정의 아버지' 에드워즈 박사는 201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1985년 10월12일 서울대 의대 장윤석 교수팀이 시험관 아기 출산에 성공했다.
체외수정은 폐경으로 더는 배란을 할 수 없거나, 배란을 해도 나팔관이 막혀 난자가 자궁으로 들어갈 수 없는 여성에게 임신의 길을 열어준다. 남녀의 몸에서 채취한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을 시키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이식한다. 처음에는 자연 주기에 맞춰 난자 1개만 채취했지만, 요즘에는 임신 성공률을 높이려고 배란유도제를 사용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배아를 이식해도 제대로 자궁에 착상해서 자라날 확률은 약 30%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수정은 인간의 영역이지만, 착상은 신의 영역'이라는 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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