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FT 매각에 "'영국대표기관' 또 외국인 손에 넘어가"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을 대표하는 많은 다른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소유로 넘어가려 한다."
공영방송 BBC가 24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에 매각된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가치를 분석하면서 이렇게 표현했다.
BBC는 FT를 '영국 대표 기관'(great British institutions)으로 지칭했다. 영국을 상징하는 회사나 기관들을 지칭할 때 사용되는 용어다. 영국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BBC 또한 '영국 대표 기관'으로 불린다.
127년 역사를 지닌 FT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경제일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BBC는 이런 영국의 상징이 외국인 소유로 넘어가려 한다고 보도한 것이다.
FT를 60년 가까이 소유했다가 매각한 영국 교육·미디어그룹 피어슨의 존 팰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BBC 라디오에 출연, 이 같은 영국 내 인식을 의식한 듯 "일본 닛케이가 '영국을 대표하는 기관'인 제호는 유지할 것임을 약속했다"며 매각 결정을 옹호했다.
팰런은 신생 디지털 미디어가 급부상한 뉴미디어 환경에서 피어슨은 더 이상 FT의 최선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구글 같은 검색엔진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뿐만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디지털 매체들이 부상하면서 FT 같은 전통 미디어들이 고전하고 있다.
BBC는 이런 전통 미디어의 고전을 뉴미디어들과 FT의 기업가치를 비교해 설명했다.
이번 FT 매각가격은 8억4천400만파운드(약 1조5천어원)다. 시장에선 매우 높다(luxury price)는 평가들이 나온다.
그러나 신생 디지털 미디어들이 받는 대우와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에 그친다.
FT 매출의 5분의 1밖에 안되는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buzzfeed)는 지난해 기업가치를 5억5천만파운드로 평가받았다.
4년전 AOL에 2억300만파운드에 팔렸던 허핑턴포스트는 버라이즌이 AOL을 인수하자 매각설이 나왔다. 이때 허핑턴포스트의 몸값으로 10억달러가 거론되기도 했다.
FT와 비슷한 매출 규모의 캐나다의 스타트업 '바이스 미디어'(Vice Media)는 지난해 기업공개에서 FT의 두 배에 달하는 25억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아울러 BBC와 가디언은 닛케이로 매각됨에 따라 저널리즘으로서 FT의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FT 기자들의 우려를 전했다.
일본 기업 올림푸스의 분식회계를 고발한 마이클 우드포드는 더 타임스에 닛케이는 "친기업 성향인 것으로 잘 알려졌기 때문에 FT의 독립성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FT 전 편집국장 리처드 램버트는 BBC에 닛케이가 비싼 가격을 치렀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해서 신문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팰런 CEO는 "닛케이 경영진, FT 편집 간부들과 오랜 시간 논의했는데 닛케이가 우리와 같은 (편집권 독립을 존중하는) 접근을 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들이 있다"며 편집권 독립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려 애썼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