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시코드 도전한 손열음…그녀의 손끝에서 현이 춤추다

편집부 / 2015-07-24 20:54:11
△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Taeuk Kang>>

하프시코드 도전한 손열음…그녀의 손끝에서 현이 춤추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하프시코드 앞에 앉았다. 다소 긴장한 듯 평소보다 조금은 오래 손을 풀며 길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잠시 뒤 그가 가볍게 건반을 건드리는 순간, 맑고 청량한 울림이 무대를 채웠다.

손열음이 24일 저녁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대관령국제음악제' 저명연주가 시리즈 공연에서 하프시코드 연주자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곡 중 하나인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 988'으로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흐가 1741년께 불면증에 시달리던 전 러시아 대사 카이저링크 백작을 위해 작곡한 하프시코드 작품이다.

하프시코드(쳄발로)는 피아노가 나오기 전인 16∼18세기에 인기 있던 건반악기다. 피아노가 현을 때려 소리를 낸다면 하프시코드는 가죽으로 된 고리로 현을 퉁겨 소리를 낸다.

외관은 피아노와 비슷하지만, 페달이 없고 건반이 2단이다. 연주법도 달라 손열음 같은 연주자라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약간은 긴장한 듯 보였던 손열음은 이내 생기 넘치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팔색조 같은 하프시코드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하나의 건반악기로 여러 가지 현악기를 연주하는 것처럼 다양한 음색과 분위기를 자아냈다. 때로는 오르간과 같은 깊은 울림이 진동했고, 때로는 하프를 뜯는 선율과 기타 치는 소리가 공존했다.

손열음은 현란한 기교로 마치 건반 위에서 현들이 춤추는 듯한 화려한 선율을 뽑아냈다.

50분간의 연주가 끝나는 순간 마지막 음의 여운을 붙잡고 있던 손열음은 만족한 듯 싱긋 웃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600여 석의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커튼콜을 받은 손열음은 마이크를 잡고 연주회를 마친 소감도 밝혔다.

"이 곡을 하프시코드로 연주하는 것은 제가 오랫동안 품어온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금방 실현될 줄은 몰랐죠. 거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워낙 생소한 악기다 보니 많은 분들이 관심이 없지 않을까, 그래서 아무도 안 시켜주지 않을까, 또 시켜주신다 해도 제가 악기가 없으니 어떻게 연습을 하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렇게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찾아와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손열음은 그가 하프시코드 연주를 하겠다고 했을 때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정명화, 정경화 공동 예술감독과 그에게 자신의 악기를 선뜻 내어준 쳄발리스트 허진선에게도 특별한 감사 인사를 보냈다.

"이 악기는 보통 연주자가 본인 것을 갖고 다니면서 해야 해서 저 같은 사람은 할 수 없었는데 선뜻 빌려주셔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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