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이 본 임진왜란, 백성의 고통 느껴졌죠."

편집부 / 2015-07-24 20:12:06


"영국인이 본 임진왜란, 백성의 고통 느껴졌죠."

영 옥스퍼드대 한국학 박사과정 마셜 크레이그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사실 대학에서 전공한 건 중국 역사였죠. 근데 한국에 잠깐 머물면서 한국인 친구들을 만났는데 왜 이렇게 민족 의식이 강한 걸까 궁금해졌어요. 이젠 임진왜란을 주제로 박사과정 연구까지 하게 됐네요."

영국 런던에 사는 31살 청년인 마셜 크레이그 씨.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역사학도다. 그가 정한 연구 주제는 다름아닌 '임진왜란 당시 한·중·일 민족 의식'.

금발의 영국인 청년은 어떤 계기로 420여 년 전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났던 조선의 전쟁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해외 대학 박사과정생 한국 역사 워크숍'에 참가차 방한한 그를 24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영국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면서도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학부생 시절 한국, 중국, 일본 친구를 많이 만났는데 유독 한국 사람들이 민족 감정이 강했어요. 왜 그런지 궁금해지고, 한국 역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죠. 그중에서도 임진왜란은 한국사인 동시에 동아시아 전쟁사거든요. 한국, 중국, 일본 관계로 봤을 때도 아주 중요한 시기에 일어난 사건이고요."

크레이그 씨는 특히 백성의 입장에서 임진왜란을 바라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순신 장군님에 대해서도 잘 알죠.(웃음) 제 연구는 백성의 시각에서 본 임진왜란은 어땠을까 하는 점이에요. 한국, 중국, 일본의 백성에게 임진왜란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평범한 백성, 노비는 괴롭힘을 많이 당했죠. 당시 평범한 양반이 썼던 일기, 기록 등을 읽고 있어요."

그는 이처럼 민간 영역을 연구해 동아시아 정세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지금도 한·중·일 정부 사이의 갈등이 반드시 민중 사이의 갈등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중·일 젊은 사람들이 교류하는 민간단체와 비정부기구(NGO) 등의 회의와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데, 희망이 많이 보여요. 긴장 관계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각 나라가 노력하면 아주 쉽게 풀릴 것도 같고…. 열심히 연구 중입니다."

올해 졸업 예정이라는 크레이그 씨는 박사학위를 따면 영국 외교부에서 동아시아 전문가로 일하기를 꿈꾸고 있다.

"영국에 아직은 한국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많지 않죠. 외교부에 들어간 뒤 동아시아로 파견돼 지금까지 쌓은 경험과 연구 성과를 현장에서 펼쳐내고 싶어요. 두 가지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역사를 영어권 국가에 널리 알리는 역할, 그리고 제3자 입장에서 본 한국 역사를 한국 내에 소개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역할입니다."

크레이그 씨는 영국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영국인 사위'이기도 하다.

그는 "외국의 대학에서 한국 역사를 공부하려면 더 적극적으로 한국에 와서 한국인 학자들과 토론하는 노력이필요한 것 같다"면서 "영국과 한국 양쪽 입장을 모두 이해하는 학자로서 논문을 내고 연구 활동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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