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년 역사 FT 닛케이에 매각…시너지 내나

편집부 / 2015-07-24 16:39:47
닛케이의 FT 인수가격 워싱턴 포스트의 5배
편집권 독립 유지되나 '촉각'


127년 역사 FT 닛케이에 매각…시너지 내나

닛케이의 FT 인수가격 워싱턴 포스트의 5배

편집권 독립 유지되나 '촉각'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127년의 역사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사에 매각됨에 따라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 인수가격의 5배를 주고 FT를 인수한 닛케이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세계적인 디지털 매체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아시아 언론이 서구 대형 유력지를 사들인 첫 사례로 평가되는 이번 인수 이후 FT가 닛케이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편집권 독립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24일 FT에 따르면 이번 매각 협상에서 독일의 미디어그룹 악셀 슈프링어와 겨루던 닛케이는 인수가격 8억4천400만 파운드(약 1조5천억원)을 현금으로 내겠다고 제안해 '막판뒤집기'로 인수를 성사시켰다.

협상 관계자는 "마지막 10분에 모든게 결정됐다"고 전한 것으로 FT는 밝혔다.

닛케이의 FT 인수가격은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가 2013년 8월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할 때 냈던 2억5천만달러(약 2천900억원)의 5배에 달한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07년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프에 인수됐다. 당시 다우존스 뉴스와 다우존스 인덱스, 경제전문 웹사이트인 마켓워치를 포함한 인수가격은 56억 달러(약 5조2천억원)에 달했다.

이같이 전통 대형언론사가 계속 인수되는 배경에는 젊은 세대의 종이신문 외면으로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매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닛케이가 이번 FT 인수로 세계적인 디지털 매체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NYT는 "FT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디지털 구독자 기반 전환에 성공한 매체"라면서 "현재 일본은 종이신문 구독자 기반을 포함한 디지털 전환이 갓 시작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FT의 노하우를 이용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다면 FT 인수를 위해 지불한 비용이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닛케이의 구독자는 312만명으로, 이중 15% 가량만 디지털 구독자다. FT의 구독자는 73만7천명으로, 지난 5년간 30%가 증가했다. 이 중 온라인 가입자는 70%인 52만2천명에 달한다.

NYT는 "FT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 신문이기 때문에 일본어로 발행돼 일본시장에만 치중했던 닛케이는 FT를 발판으로 세계적 매체로 거듭나는 지름길을 찾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닛케이의 FT 인수가 FT의 편집권에 영향을 미칠지와, 서구 언론사와 일본 언론사의 문화적 차이에 따른 충돌이 있을지도 관심이다.

그동안 FT의 모기업이었던 영국 교육·미디어기업 피어슨은 FT에 대해 인사권에만 개입하고, 편집권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 사설에서 최근 도시바의 분식회계 문제를 예로 들면, FT가 명백히 주주입장에서 도시바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범죄행위라고 보도한 반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일본에서 2011년 올림푸스의 대형 분식회계를 고발한 최고경영자가 해고됐을 때도 FT는 이를 처음 특종으로 보도했지만, 닛케이는 다루는 게 불가피하게 될 때까지 기사를 쓰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WSJ는 "일본의 취재문화는 서구와 달라 닛케이가 FT를 끌어안는데 도전이 될 수 있다"면서 "일본 언론들은 출입처인 기업과 정부에 공손한 경향이 있지만, FT같은 외국매체들은 일본 내부의 스캔들을 다룰 때 훨씬 공격적"이라고 지적했다.

NYT도 "닛케이는 일본 경제지로서 독보적이지만, 출입처인 기업들에 대해 도전적인지는 회의적"이라며 "분식회계 같은 스캔들 등 기업비리는 보통 외국매체 등 다른 곳에 먼저 난 뒤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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