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환영…"양피지 연대가 꼭 작성 연대 아니다" 반박도
도서관 고문서더미서 100년만에 발견된 세계最古 꾸란
모하마드 시절 제작 추정…현대 꾸란과 내용 같은 두 쪽 분량
이슬람권 환영…"양피지 연대가 꼭 작성 연대 아니다" 반박도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영국 대학 도서관 고문서 더미에서 발견된 세계 최고(最古)의 꾸란은 예언자 모하마드 시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돼 이슬람교와 역사를 같이 한다.
두 쪽에 불과하지만 현대의 꾸란과 내용이 거의 같아 이슬람교 초기의 꾸란이 지금까지 변화 없이 유지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모하마드가 신에게 받은 계시가 전파되는 방식을 파악하는 데도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버밍엄대 도서관에서 발견된 두 쪽 짜리 꾸란 문서는 양피지의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결과 최소 1천370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원후 568년에서 645년 사이로, 예언자 모하마드(570∼632) 생전이거나 사망 직후의 시기다.
두 쪽짜리 양피지에는 꾸란 18장부터 20장까지가 담겨있다. 데이비드 토머스 버밍엄대 교수는 발견된 내용이 현재의 꾸란과 거의 다를 바 없다면서도 두 쪽 분량에 불과해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꾸란이 책으로 남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이번 발견이 약간의 단서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하마드가 신에게 받은 계시인 꾸란은 구전되거나 양피지와 돌, 종려잎, 낙타뼈 등에 부분적으로 적혀 후대로 이어졌다. 이후 이슬람 초대 칼리프 아부 바크르가 책으로 묶으라는 지시를 내렸고 3대 칼리프 우스만 시절인 650년 꾸란 정본이 마련됐다.
토머스 교수는 이번 발견으로 꾸란이 모하마드 시절에 이미 기록화됐는지 아니면 구전으로 전해지다 나중에 정본으로 편찬된 것인지에 대해 '감질나는 단서'를 제공해준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꾸란 두 쪽은 1920년대 칼데아 가톨릭교회 사제 알폰스 밍가나가 중동에서 수집한 3천여점의 고문서에 끼어있었다.
두 쪽은 200년 뒤에 제작된 다른 꾸란 사본에 포함돼 있다가 버밍엄대 박사과정 학생 알바 페델리가 내용의 흐름이 끊긴다는 사실을 알아내면서 거의 100년만에 진가를 과시하게 됐다.
이슬람교인들은 이번 발견을 환영하고 있다. 특히 버밍엄은 영국에서 이슬람교인이 다시 거주하는 지역이어서 이번 발견을 더욱 반기고 있다.
NYT는 이번 발견이 내부적 분열과 외부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이슬람교에 기쁨의 순간을 가져다줬다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발견된 문서를 모하마드 시절의 꾸란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살국왕 이슬람연구센터 책임자인 사우드 알 사르한은 "버밍엄대 꾸란은 각 장마다 떨어져 있고 점(dot)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나중에야 도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양피지의 연대가 문서의 작성연대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양피지가 세척과정을 거쳐 재사용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그레이엄 벤치도 "양피지 연대를 측정한 것이지 잉크 연대를 측정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양피지가 제작되고 나서 수 년 내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정은 합리적이긴 하지만 틀림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꾸란 문서는 10월 버밍엄대 전시관을 통해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버밍엄대는 세계 각지의 여러 박물관에서 전시를 위한 대여 요청을 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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