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빌라 거래대금 부풀려 대출사기 저지른 일당 적발
거래대금 부풀린 '업 계약서' 작성…브로커·변호사 등 무더기 기소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분양가를 부풀려 신축빌라 분양 관련 대출사기를 저지른 법률 브로커와 금융기관 직원,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준 변호사와 법무사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조재빈 부장검사)는 자격이 없음에도 등기업무를 처리하고 허위 분양계약서를 만들어 신축빌라 초과 대출을 받아 준 혐의(법무사법위반 등)로 송모(33)씨 등 브로커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과 공모해 총 64회에 걸쳐 12억원 규모의 초과 대출을 해주고 사례금으로 1천600만원을 받은 혐의(업무상배임 등)로 모 신용협동조합 직원 유모(40)씨도 구속 기소됐다.
브로커들에게 명의를 대여해주고 금품을 챙긴 국모(43) 변호사와 임모(51)씨 등 법무사 8명, 허위 분양계약서를 근거로 15회에 걸쳐 3억 6천600만원을 초과 대출받은 분양대행업자 박모(41)씨 등 11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브로커 송씨 등은 현행법상 준공 이전의 건물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할 경우 부동산등기부에 거래대금을 적지 않아도 된다는 법의 맹점을 이용했다.
이들은 신축빌라 등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일자를 준공 시점 이전으로 작성해 거래대금이 없는 부동산등기부를 만들고, 실거래 가격보다 비싼 가격이 적힌 이른바 '업 계약서'를 작성했다.
신협 직원 유씨는 브로커 송씨 등이 낸 허위 서류를 토대로 총 64명에게 실제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근거로 초과 대출을 해줬다.
일례로 A씨의 경우 브로커를 통해 분양대금을 2억 1천만원에서 2억 8천800만원으로 부풀린 '업 계약서'를 유씨에게 제시하고 5천900만원을 더 대출받았다.
변제 능력을 넘어선 대출을 받은 A씨는 현재 이자만 간신히 내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일부 계약자는 분양대행업자 박씨에게 계약을 위임했다가 빚더미에 앉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들에게 자신의 자격증과 명의를 빌려준 변호사 국씨와 법무사들은 그 대가로 보통 수천만원씩, 많게는 1억 5천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가 일하던 신협은 신협중앙회로부터 타 신협과의 통폐합이 검토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장기적인 경기 불황으로 서민을 위한 신축빌라가 많아졌다"며 "하지만 정작 서민들은 자금력이 부족하다 보니 이들을 상대로 불법대출 사기를 저지르는 브로커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 계약서' 대출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준공 이전 건물의 경우에도 거래가격을 명시하도록 법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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