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5m 앞에서 감시한다…평화의 징검다리인 정전협정을"

편집부 / 2015-07-23 09:00:06
중립국감시위원회 스위스·스웨덴 대표 인터뷰
△ 인터뷰하는 판문점 중립국감시위원회 스위스·스웨덴 대표 (서울=연합뉴스)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NNSC)의 스위스 대표인 우르스 게르브르 육군 소장(오른쪽)과 중감위 스웨덴 대표인 마츠 잉그맨 공군 소장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유엔사령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北 25m 앞에서 감시한다…평화의 징검다리인 정전협정을"

중립국감시위원회 스위스·스웨덴 대표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박보람 기자 = "제가 일하는 곳은 북한과 겨우 25m 떨어져 있죠. 그러나 남북간 긴장 수위가 높아졌을 때도 두려워해본 적은 없습니다."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NNSC)의 스위스 대표인 우르스 게르브르 육군 소장은 정전협정 체결 62주년을 맞아 지난 21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서울 용산 유엔사령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는 중감위 스웨덴 대표인 마츠 잉그맨 공군 소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게르브르 소장과 잉그맨 소장은 비무장지대(DMZ)에서 정전협정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일을 한다. 스위스와 스웨덴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로 6·25 전쟁의 총성이 멎은 이후 62년째 중감위에 대표를 유지하고 있다.

게르브르 소장은 "적어도 남측에 관한 한, 정전협정 조항을 준수하고자 진정성 있게 노력하고 있으며 지난 5년 동안 정전협정 이행의 수준도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례적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와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도 방어적인 목적의 훈련으로,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게르브르 소장은 "북한의 경우 정전협정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정전협정 체결 직후부터 위반을 일삼은 북한은 1990년대 들어 노골적으로 협정 무력화에 나섰다.

북한은 1991년 정전협정 이행을 위한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에 우리 군의 황원탁 당시 소장이 임명되자 군사정전위를 인정하지 않고 개성에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했다.

이어 1993년과 1995년에는 중감위에서 체코슬로바키아와 폴란드 대표를 차례로 추방하고 중감위 북측 사무실 폐쇄 성명을 발표했다.

정전협정 체결 직후 유엔군사령부가 지명한 스위스와 스웨덴, 북한과 중국이 지명한 체코슬로바키아와 폴란드 등 4개국으로 구성됐던 중감위는 이때부터 반쪽만 남았다.

그러나 폴란드는 해마다 2차례 판문점에 자국 대표를 보내 중감위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스웨덴 대표인 잉그맨 소장은 "중감위가 공식적인 의결을 하려면 북측이 지명한 대표도 참석해야 한다"며 "폴란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정전협정 무력화 시도로 중감위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렵사리 명맥을 유지해온 셈이다.

스위스와 스웨덴 대표는 지금도 중감위 회의가 열릴 때마다 회의 결과를 담은 서류를 중감위 회담장 북측 우편함에 넣어두지만 북한은 우편함을 열어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북측 우편함에 서류를 차곡차곡 쌓아둔다. 우편함이 다 차면 비우고 새 서류로 채운다.

'효과도 없는 상징적 행동인데 회의감이 들지는 않는가'라는 질문에 게르브르 소장은 "상징적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며 "어떤 사람들은 유엔이 '대화만 하는 기구'라고 폄하하지만 적어도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우편함에 넣어둔 서류를 북한이 보지 않는다고 100%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중감위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희망의 말로 들렸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들이 꿋꿋이 중감위를 지키며 협정의 이행을 감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르브르 소장은 "정전협정은 그 자체가 평화는 아니지만 평화로 가기 위한 중요한 징검다리"라고 강조했다. DMZ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남북한의 예기치 않은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양측이 합의한 정전협정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스웨덴 대표인 잉그맨 소장은 "DMZ 주변은 세계에서 가장 군사화된 지역"이라며 "어느 하나가 잘못되면 정말 힘들고 위험한 사태로 급속히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정전협정만으로는 DMZ의 평화를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1953년 당시 군사적 구도의 산물인 협정이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잉그맨 소장은 "정전협정은 육군 보병 중심, 영토 중심의 협정"이라며 "군사기술 발전을 포함한 그동안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게르브르 소장은 2017년 초 중감위 대표를 그만둠과 동시에 은퇴할 계획이라고 한다. 계획대로라면 그는 5년 동안 중감위에 근무하는 셈이 된다.

'DMZ 생활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게르브르 소장은 "DMZ의 자연환경은 정말 멋지다. 5성급 호텔에 사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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