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농약 탄 사이다'…점점 꼬이는 미스터리(종합)

편집부 / 2015-07-22 20:20:41
피의자 가족, 집서 농약병 추가 발견 신고…"누명 썼다"
경찰 "압수 가치 없어 놔둬…수사 본질과 무관"
△ 추가 발견 농약 (상주=연합뉴스) 경북 상주 '농약 탄 사이다' 음독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난 17일 피의자 집을 압수수색할 때 찍은 사진을 22일 공개했다. 경찰은 이 사진 오른쪽 아래 노란색 비닐봉지 안에 농약병 3개, 농약봉지 2개 등이 들어 있었으나 압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18일 피의자 아들이 압수수색 후에 농약병이 든 비닐봉지를 추가로 발견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종 의혹이 일었다. (경북지방경찰청 제공)

상주 '농약 탄 사이다'…점점 꼬이는 미스터리(종합)

피의자 가족, 집서 농약병 추가 발견 신고…"누명 썼다"

경찰 "압수 가치 없어 놔둬…수사 본질과 무관"



(상주=연합뉴스) 박순기 손대성 기자 = '농약 탄 사이다' 음독 사건의 미스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양상이다.

구속된 박모(82·여)씨 집에서 범행에 사용된 고독성 살충제와 똑같은 살충제가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는데 경찰이 "제3의 인물이 갖다 놓았을 수 있다"고 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즉 "압수수색 이후에 누군가가 두고 간 것으로 생각했으나 다시 조사하니 처음부터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발표했다.

경찰은 수사 본질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치밀한 수사를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비판을 사고 있다.

◇ 살충제 원액병 발견

경찰은 지난 17일 박 할머니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살충제를 옮겨 담은 드링크제와 살충제 원액병을 발견해 결정적인 증거물로 제시했다.

그런데 박 할머니 장남(60) 등은 다음날 오후 2시 30분께 집 창고에서 농약병 3개, 농약봉지 2개 등이 든 노란색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하루 전 압수수색 때 발견한 살충제 원액병과 같은 성분의 살충제가 든 병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압수수색할 때 사진과 비디오를 찍었는데 분명히 없던 물건"이라고 밝혔다가 22일 오후 뒤늦게 "압수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놓아둔 물품"이라고 수정, 발표했다.

◇ 미덥지 않은 경찰

박 할머니 장남이 지난 18일 오후 똑같은 살충제 원액병을 발견했지만 경찰은 이날 밤 11시께 이를 무시한 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할머니 가족들은 사실 은폐 의혹까지 제기했다.

경찰은 "처음 압수수색할 때 경찰관이 발견했고 사진도 찍어놓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신뢰를 크게 잃은 꼴이 됐다.

가족들의 문제 제기 후 4일이 지난 22일 오전 이규봉 상주경찰서 수사과장은 "누가 어떤 의도로 갖다 놓았는지 조사 중"이라고 했다가 불과 몇시간 후에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라고 번복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경찰은 2012년부터 판매금지된 이 살충제가 다른 농가에 아직 남아 있는지 확인조차 못했다.

경찰수사가 박 할머니의 범행으로 초점을 맞췄지만 주변 증거들을 아직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다.

다만 박 할머니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 몇가지 참고인 진술을 파악했을 뿐이다.

즉 '사건 발생 전날인 지난 13일 마을회관에서 화투를 치다가 한 명과 다퉜다'는 내용과 '3년 전 한 할머니에게 논을 빌려줬으나 약속한 임대료(쌀 5가마)보다 적게 줘 다퉜다'는 내용이다.

◇ 박 할머니 가족의 반박

박씨 가족은 "농사를 지은 지 오래됐기 때문에 집에 농약을 두지 않았다"며 "집에서 살충제가 든 드링크제와 살충제 원액병이 발견된 것은 처음부터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누명을 씌우려고 한 짓이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처음부터 살충제 원액병이 집에 있었다는 경찰의 뒤늦은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원점에서 재수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황무연 마을이장은 "박 할머니와 다른 할머니들 간에 갈등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둘이 싸웠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아니잖냐. 정확한 사실을 모르지만 최소한 겉으로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3년 전에 땅 문제로 마찰이 있었다는 얘기도 전혀 모르는 사항"이라며 "마을 분위기가 좋지 않아 이른 시일내 사건이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농약병과 관련한 실수는 인정하지만 사건 본질과는 무관하다"며 "자칫 미제가 될 뻔한 사건을 탐문 조사와 과학 수사를 통해 피의자를 구속하는 등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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