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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자료사진) |
조종사 과실일까 기체 결함일까…보잉 777機 직접 탄 판사
아시아나 샌프란 사고 운항중단 소송 '시뮬레이터'로 현장검증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콕핏(조종석)의 널찍한 창 밖으로 끝없는 활주로가 펼쳐졌다. 판사들이 조종석 뒷자리에 앉자 비행기는 전진을 시작했다.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그러더니 이내 중력을 이겨내고 하늘로 붕 떴다.
정면으로는 이제 바다가 보였다. 그 옆으론 숲과 시가지도 나타났다. 이만기 아시아나항공 선임기장은 오른쪽 창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보이는 게 바로 금문교입니다."
22일 오후 2시 서울 김포공항 인근 아시아나항공 운항동에선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아시아나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운항 정지처분 취소 소송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가 직접 '샌프란시스코 사고'를 재현하러 온 것이다.
재판부가 탄 것은 사고기종인 보잉 777-200의 시뮬레이터다. 2∼3층 높이 격납고 같은 공간에 비행기 콕핏만 그대로 옮겨놨다. 교육용이지만 실제 조종석과 똑같이 비행기를 움직인다. 다만, 창문 자리에 같은 모양의 스크린이 있을 뿐이다.
조그마한 방 크기의 콕핏을 재판부와 변호인 등 20명이 가득 채웠다. 사고 당시 상황을 콕핏에서 눈으로 직접 보려는 목적이다. 조종석에 앉은 기장은 비행기 고도와 속도를 사고 때와 같이 맞추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을 시도했다.
비행기는 소음과 함께 하강했다. 3차원(3D)으로 구현된 청록색 바다가 보이더니 이내 맞붙은 공항 활주로가 나타났다. 고도가 내려갈수록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조종석 바로 뒤에 앉은 김국현 부장판사는 상체를 바짝 앞으로 기울였다.
착륙 10초 전 기체에서 너무 빠르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기수를 올렸지만 그대로 '쿵'. 꼬리 부분이 땅에 닿은 비행기는 멈췄다.
"다시 해봅시다." 재판부가 탄 비행기는 그렇게 샌프란시스코 4천 피트 상공에서 2시간 동안 착륙을 반복했다.
2013년 7월6일 아시아나 OZ214편은 샌프란시스코에 착륙하다 활주로 앞 방파제에 충돌했다. 타고 있던 307명 중 중국인 3명이 숨지고 180여 명이 다쳤다. 이 사고로 국토교통부는 조종사 과실을 들어 해당 노선에 45일 운항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아시아나는 이에 불복하고 소송을 냈다. 사고 원인은 조종사 과실이 아니라 기체 문제란 주장이다. 만약 재판부가 국토부의 손을 들어주면 아시아나는 한 달 넘게 알짜 노선 운항을 멈춰야 한다. 매출 162억원, 수익 57억원이 날아간다.
이날 재판부는 사고를 피했을 경우를 마지막으로 시뮬레이션했다. 기체는 공항 활주로를 향해 급하강했다. 그러나 땅에 닿기 전 가까스로 기수를 하늘로 돌렸고 창밖으론 땅 대신 창공이 펼쳐졌다. 탑승했던 20명은 무사히 시뮬레이터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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