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콘트롤타워 설치, 13개 협업부서 공조…"주민 적극 참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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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태풍 볼라벤 접근 당시 파도가 몰아치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 (연합뉴스 자료사진) |
'태풍의 길목' 제주 바짝 긴장…대비 태세 문제 없나
해마다 평균3개 상륙…8월말∼9월초 강해져, 슈퍼태풍 예측도
도 콘트롤타워 설치, 13개 협업부서 공조…"주민 적극 참여 필요"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는 태풍의 길목에 있는 제주.
매해 태풍 때문에 크고 작은 피해를 보는 제주도에서는 태풍 발생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진로를 예의 주시하며 긴장한다.
정부는 태풍 진로를 판단할 수 있는 최적지인 제주에 '국가태풍센터'를 설치했다. 2008년부터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모든 태풍 정보를 감시하고 진로를 예측하고 있다.
◇ '태풍 방패막이' 제주…올해는 몇 개나
국토 최남단 제주도는 한반도로 북상하는 태풍을 가장 먼저 마주한다.
태풍이 제주를 강타하면서 한라산과 부딪치게 되면 대부분 세력이 약해져 진로를 틀었다. 그동안의 경험이다.
2007년 태풍 나리가 제주에서는 막대한 인명·재산피해를 냈지만 한반도 본토에는 큰 피해를 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2002년 태풍 루사 내습 직후 제주도지사는 "한라산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 육지부 피해를 줄이는 만큼 정부가 응분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했다.
올해는 태풍이 몇 개나 찾아올까.
기상청에 따르면 1981∼2010년 발생한 태풍은 연평균 25.6개다. 이 가운데 3.1개 꼴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유독 태풍이 잦았던 2012년에는 카눈(7월 18∼19일), 담레이(8월 2∼3일), 볼라벤(8월 27∼28일), 덴빈(8월 30일), 산바(9월 16일∼17일) 등 5개가 제주를 덮쳤다.
올해는 현재까지 12개 발생했다. 이 가운데 9호 태풍 '찬홈'이 제주 등 일부 지역에 간접 영향을 미쳐 크고 작은 피해를 냈다.
기상청은 올해 태풍이 평년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많이 생기지만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것은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강한 태풍은 대개 8월 말∼9월께 찾아온다. 가까운 미래에 초강력 슈퍼 태풍이 우리나라를 덮칠 수도 있다는 전문가 예측까지 잇따라 올해는 특히 긴장감이 더 강하고, 길게 이어질 형편이다.
◇ 2007년 나리 때 '물폭탄' 최악 홍수…바람 피해 더 크고 잦아 문제
근래 제주에 가장 큰 피해를 낸 태풍은 '나리'다.
2007년 9월 16일 상륙한 나리는 산간이며 해안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물폭탄'을 쏟아부었다.
해안 저지대 하천이 모두 범람하는 유례없는 홍수가 발생했다.
급류에 휩쓸려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역대 최악의 인명피해였다. 재산피해도 1천300억원이 넘었다.
제주는 화산섬이라 투수층이 잘 발달한 데다 산간에서 해안으로 이어지는 '마른 하천'이 있어 나리 내습 전까지는 홍수 걱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하지만 나리 때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2시간 사이에 시간당 100㎜가 넘게 퍼부은 것이다.
나리는 이상기후와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치수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제주도는 이듬해 하천수계별 유역종합치수계획을 수립하고 제주시 한천·병문천·산지천·독사천 등 4개 하천에 저류지 12곳을 설치했다.
저류지는 큰 비가 내릴 때면 하천으로 흘러든 엄청난 양의 빗물을 최대 147만7천㎥까지 저장, 범람을 막는다.
문제는 바람이다.
나리를 제외하면 제주에 내습한 대부분의 태풍은 비보다 바람 피해를 많이 남겼다.
2012년 볼라벤 내습 때는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49.6m에 이르는 거센 비바람이 몰아쳐 제주 이곳 저곳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당시 서귀포 앞바다에 닻을 내리고 있던 중국 어선 2척은 강풍과 높은 파도에 전복, 침몰해 선원 15명이 실종·사망했다.
볼라벤으로 파손돼 수백억원의 피해를 본 서귀포 외항은 아직도 복구 중이다.
나리 이전에 큰 피해를 남긴 태풍으로는 1959년 사라가 있다.
전국적으로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사라는 제주에서도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등도 악명 높은 태풍으로 꼽힌다.
제주에서 주로 발생하는 태풍 피해로는 비닐하우스 파손, 정전 등으로 인한 양식장 물고기 폐사, 농작물 침수 피해, 전봇대·가로수를 비롯한 시설물 부러짐 사고, 월파 등이 있다.
하늘길과 바닷길 등 연륙 교통 두절에 따른 도민과 관광객 불편과 경제적 손실 또한 만만치 않다.
◇ 재난 예방 '손바닥 마주쳐야'…당국 '철저 대비'-도민 '적극 참여'
제주도는 현재 재해취약지 542곳을 관리하고 있다.
자연재해위험지구 68곳, 월파지구 18곳, 인명피해 우려 지역 115곳, 상습 침수지역 27곳, 세월 30곳, 행락지구 31곳, 방재시설 26곳, 지방하천 60곳, 소하천 86곳, 위험(경계)구역 2곳, 급경사지 41곳, 대형 공사장 38곳 등이다.
그러나 자연재해위험지구의 44.1%인 30곳은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추진할 예정이다. 지방하천·소하천 정비도 마무리되지 않은 곳이 많아 주변 지역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는 태풍이 다가오면 도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한다.
기상청, 교육청, 해군, 경찰청, 해양경비안전본부, 한국전력, KT,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 재난관리 관계기관과도 긴밀히 협력한다.
도는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최근 '안전관리실'을 설치, 13개 협업 부서나 관계기관과의 공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도내 주요 하천 등 42곳에는 민방위 경보 사이렌이 설치돼 범람 등이 우려되면 긴급 대피하도록 유도한다. 각 마을회관 등 260곳에는 자동음성통보시스템이 설치돼 재난상황실 재난정보가 전파된다.
돈내코·강정천·동홍천·솜반내·중문천·속골천·휴양림·맹사리·천미천·창고천 등에는 자동우량경보시스템이 설치돼 강우량에 따라 미리 대피경보 사이렌을 울린다.
행정당국의 대처만큼 중요한 것이 도민의 적극적인 피해 예방활동 참여다.
태풍이 상륙하면 각 가정에서 TV나 라디오 등을 통해 기상상황을 확인하고 축대나 담이 무너질 염려가 없는지, 집 주변에 바람에 날릴 물건은 없는지 확인, 안전조치해야 한다.
비닐하우스는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밀폐하고 비닐을 하우스 끈으로 단단히 묶어 바람에 펄럭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태풍으로 골조가 파손될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신속히 비닐을 찢어야 한다. 다만, 바람이 너무 강할 때는 하우스가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접근을 피해야 한다.
선박끼리 부딪쳐 부서지지 않게 고무 타이어를 충분히 부착하고 소형 선박은 육지로 끌어올리는 것이 좋다.
박재철 도 안전관리실장은 "'선제적 대응'에 집중해 준비 소홀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리 수방장비를 전부 점검하고 재해취약지역 예찰활동도 강화하는 한편 주의보·경보 단계마다 협업부서, 기상청과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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