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총기상 "무슬림 출입금지"…다시 고개 드는 배척 운동
이슬람 단체, 미 법무부에 민권법위반 조사 촉구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 해병 4명과 미 해군 1명 등 5명의 현역 군인을 살해하고 사살된 무슬림 청년의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무슬림 배척 운동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일간지 USA 투데이를 비롯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 주 시트러스 카운티에서 총기 판매점을 운영하는 앤디 홀리넌은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에서 자신의 가게를 무슬림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무슬림 프리 존'으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언론은 총기 참사 이후 동부 뉴햄프셔 주의 한 총기상에 이어 홀리넌이 두 번째로 무슬림 출입금지를 외쳤다고 전했다.
홀리넌은 "내 지역의 모든 애국자를 보호해야 할 도덕적이고 합법적인 의무가 내게 있다"면서 "내 동료 애국자들을 해칠 의도를 지닌 사람들에게 무기를 공급하지도, 사격을 가르치지도 않겠다"면서 가게에서 무슬림을 몰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16일 미국 테네시 주의 해군 시설 두 곳에 총기를 난사한 쿠웨이트 태생의 미국 국적자 모하마드 유수프 압둘라지즈(25)를 염두에 둔 것이다.
수사 당국은 지인의 증언과 각종 기록을 살펴 압둘라지즈가 온라인 총기 구매 사이트에서 반자동 소총 3정을 구매했다면서 합법 구매와 불법 구매가 뒤섞여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한 수사 기관은 아직 압둘라지즈와 국제 테러단체와의 직접 연관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순교자가 되겠다"는 글이 포함된 그의 일기와 문자 메시지, 서신 등을 통해 이슬람 테러 단체의 영향을 받은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형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처럼 미국 본토에서 미국민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무슬림이 또 등장하자, 이들을 향해 증오심을 공개로 표출하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홀리넌의 올린 영상은 미국 중부시간 21일 오후 12시 현재 조회수 5만 건을 넘었다.
퇴출 위기에 놓인 남부연합기를 두른 홀리넌은 남부연합기는 "남부의 풍부한 유산이자 모든 종류의 독재에 항거한 애국자들의 의지"라면서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인종 문제가 악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슬람이 사랑과 관용, 희망으로 충만한 평화로운 종교라는 우리 지도자들의 말을 믿지 말라"며 인종과 종교 증오 성향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슬람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이러한 선언은 오로지 '백인만 출입하라'는 과거 백인 우월주의 시절의 표어와 다를 바가 없다"면서 미국 법무부에 뉴햄프셔와 플로리다 주 두 총기상의 민권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테러 단체와 전면전에 나선 이래 미국에서 미국민과 무슬림 간의 충돌은 종종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채플 힐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인근 주택가에서 한 백인 남성이 무슬림 대학생 3명을 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자 무슬림 단체는 증오 범죄일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다.
미국 연방 수사 기관과 현지 경찰은 오랜 주차 논쟁에서 벌어진 우발 범죄로 결론 내렸다.
5월 초 텍사스 주 갈랜드에서 발생한 모하마드 만평 전시회장 테러는 한창 불이 붙은 종교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이슬람 선지자 모하마드를 풍자한 것에 격분한 무슬림 신자 2명은 만평장 진입을 시도하다가 사살됐다. 미국 내 테러 위협을 고조시킨 용의자들은 IS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모하마드 만평 주최 측은 반대 여론에도 무슬림의 자유보다 언론의 자유가 중요하다며 이런 행사를 계속 개최하겠다고 밝혀 이슬람 신자와의 긴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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