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다이아몬드 거래소 9월 싱가포르서 개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오는 9월 싱가포르에서 국제적인 다이아몬드 거래소가 개설된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 홀딩스 산하의 다이아몬드투자거래소(SDiX)는 9월1일부터 다이아몬드 현물을 대상으로 한 전자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SDiX는 저명한 투자자 짐 로저스로부터도 출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거래소의 개설은 광산 회사들의 과점으로 공급자가 우위를 차지하는 폐쇄적인 시장을 벗어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외부자가 알기 힘든 다이아몬드 시세의 동향을 파악하기가 한층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SDiX는 연마한 다이아몬드를 크기와 색상별로 분류한 뒤 싱가포르 상품거래소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 거래를 신속하게 처리할 계획이다.
거래소가 취급하는 현물은 연마 업체가 가공한 다이아몬드다. SDiX에는 인도와 벨기에 등의 원석 연마 업체 25개사가 참가할 예정이다.
다이아몬드는 일반적으로 업체 간의 거래에 의존한다. 광산에서 채굴된 원석을 연마 업체가 구입해 가공한 뒤 보석상들에 팔아넘기는 형태다. 다만 지금까지 거래 상황은 업계 전문지에 게재되어 있어 업계 외부에서는 거의 사정을 알 수 없는 구조였다.
물론 다이아몬드 거래소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세계의 다이아몬드가 몰려드는 벨기에의 안트베르펜 같은 곳에서는 예전부터 거래소가 존재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를 품평하고 판매하는 업체들만이 모인 시장이었고 이 때문에 거래의 유도성과 가격의 투명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새로은 거래소는 표준에 따라 분류된 다이아몬드를 천천히 품평하는 것이 아니라, 즉시 거래하는 구조다. 시세가 실시간으로 공개되기 때문에 가격의 투명성이 보장된다.
전자거래소가 개설되면 투기성 자금에 의해 다이아몬드 시장이 교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금융기관을 포함한 기관 투자자들의 투기를 자극해 금처럼 장차 선물 시장이 들어설 수도 있다.
그러나 보석상업계에서는 현물을 보지 않고 인터넷상에서의 시세를 형성하는 구조를 우려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했다.
국제상품거래소에서 취급하는 금은 순도와 품질 등이 통일돼 있다. 이와는 달리 다이아몬드는 작은 상처라도 있으면 품질에 영향을 준다. 가격이 같아도 품질에 미묘한 차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수요의 침체로 업체들 간에 이뤄지는 다이아몬드 거래 가격이 올해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여서 일각에서는 전자거래소 개설로 유동성이 높아지면 가격이 더욱 하락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다이아몬드 원석을 공급하는 광산회사 가운데 남아프리카의 드 비어스와 러시아의 알로사가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3위는 호주의 리오 틴토로 점유율은 10%다.
다이아몬드 원석 시장에서 수요자인 연마 업체들에게는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광산회사가 제시한 가격과 양이 기본적으로 용인되는 상태였다. 광산회사의 요구를 거부하면 우선적으로 원석을 조달할 권리를 잃을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마 업체들이 경영 압박을 받으면서 이런 사정도 일변했다.
중국 정부의 검약 캠페인이 강화되는 한편으로 상하이 주식시장의 과열로 부유층의 돈이 다이아몬드가 아닌, 주식으로 몰려들었고 인도에서는 연마 업체에 대한 금융 기관의 대출이 축소된 것이 경영을 악화시킨 배경이었다.
이처럼 시장 환경이 악화되자 드 비어스는 올해 2월 보기 드문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그럼에도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일부 연마 업체들이 원석의 접수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광산회사들이 거래소가 개설되기 전에 가격 하락세를 막고 싶어한다고 전하면서 지난 5월 상호 경쟁하던 7개 대형 광산회사들이 업계 단체의 설립을 발표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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