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스님 신화엄경합론 금장본 출간 "1천600년 더 이어지기를"

편집부 / 2015-07-21 16:08:24
제자인 서우담 교림출판사 대표 "불교 현실 개탄…문 닫겠다"

탄허스님 신화엄경합론 금장본 출간 "1천600년 더 이어지기를"

제자인 서우담 교림출판사 대표 "불교 현실 개탄…문 닫겠다"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근현대 한국 불교 최고 학승으로 불리는 탄허 스님(呑虛·1913~1983)이 쓴 화엄경 번역본 '신화엄경합론'(전23권)이 도서출판 교림에서 금장(金裝)본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우담(78) 교림 대표는 탄허 스님이 열반할 때까지 그의 가르침을 받은 시봉 제자다.

탄허 스님은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이 쓴 모든 불서를 서 대표에게 넘겼고 출판사 이름까지 지어줬다. 서 대표는 30여 년간 이 출판사를 통해 탄허의 저술을 출판하고 알려 왔다.

탄허 스님은 1958년부터 10년에 걸쳐 화엄경 원서 80권, 그리고 청량국사(淸凉國師華)가 쓴 화엄소초 150권, 통현(通玄)이 쓴 화엄론 40권 등 화엄경과 관련한 저술 290권을 집대성하고 번역한 '신화엄경합론'을 완성했다.



탄허는 10년 간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작업하는 강행군 끝에 원고지 10만 장 분량으로 '신화엄경합론'을 정리했으며 이 공로로 1975년 인촌문화상을 받았다.

서 대표는 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허 스님의 화엄경 저술 번역은 신라 원효 스님 이후 1천600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며 "금장본은 연구·소장용으로 딱 100질만 만들었는데, 이렇게 해서 앞으로 1천600년은 더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씨는 이번 금장본 발간과 함께 출판사 문을 닫고 탄허 스님의 유품과 서적도 기관에 기증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불교 가르침에 충실하지 않은 우리 불교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허탈함이 작용했다. 마지막으로 출판사를 접으면서 탄허의 기념비적 저술인 '신화엄경합론'만은 오래 보존하기 위해 금장본을 만들었다.



서씨는 "탄허 스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조계종은 무식위종, 무식으로 종을 삼는다'고 한탄하셨다"면서 "그나마 보존 기간을 늘려주는 금장을 해놓으면 100질 가운데 1질이라도 오래 남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서 대표는 "'신화엄경합론'이 지금까지 공식 판매된 양이 1천 질이 안 되는데 불법 복제 등으로 전국에 돌아다니는 게 20만 질"이라면서 "화엄경이 널리 알려지면 좋은 것이지만, 복사본으로라도 열심히 공부한 강사 하나가 안 나온다는 게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서 대표는 직역한 '신화엄경합론'을 전자책으로 출판해 널리 알리는 것보다도 한글문화에 맞게 의역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서 대표는 "화엄경 원문의 초성을 그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역한 내용만 보면 소설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경전으로 인정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대신 원고 끝에 번역자 이름을 넣어서 출판하는 방법이 있지만, 종단도 정부도 관심이 없어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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