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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항도리도.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
사대부가 바라본 중국…'표해록' 여정을 쫓다
국립제주박물관 '조선 선비 최부, 뜻밖의 중국 견문'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제주도에 관리로 부임한 35살 청년 최부(崔溥)는 1488년 윤정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수하 42명과 함께 고향 나주로 가기 위해 배에 올랐다.
하지만 풍랑을 만나 표류하던 배가 닿은 땅은 한반도 남해안이 아니라 중국이었다. 최부 일행은 중국에서 조선의 관원이라는 신분이 밝혀질 때까지 갖은 고초를 당했다.
의도치 않게 중국에 도착한 최부는 항저우에서 베이징까지 대운하를 따라 이동한 뒤 육로로 요동 지역과 의주를 거쳐 무사히 한성에 돌아왔다.
이들을 맞이한 성종은 그간에 경험한 일을 기록으로 남기라고 명했고, 최부는 상을 미룬 채 8일간 '중조문견일기'(中朝聞見日記)를 써서 바쳤다. 이 일기가 훗날 '표해록'(漂海錄)으로 발간됐다.
표해록은 15세기 명대의 강남 문화와 운하사(運河史), 제주 사람들의 생활상, 조선 항해술과 민속신앙 등을 소상히 정리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국립제주박물관은 최부의 여정과 표해록을 현대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특별전 '조선 선비 최부, 뜻밖의 중국 견문'을 21일부터 10월 4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 전시는 중국 저장성박물관과 함께 기획됐으며, 한중일에서 수집한 유물 350점이 선보인다. 보물 제1404호 봉사조선창화시권(奉使朝鮮倡和詩卷)을 비롯해 국가지정문화재 8점과 저장성박물관이 보유한 1급 문화재 1점도 나온다.
또 표해록을 금속활자로 찍은 고려대 도서관본과 일본 동양문고본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전시는 최부 일행의 발자취를 따라 5부로 나뉘어 구성된다.
먼저 1부 '조선의 선비 최부'는 표해록을 집필한 최부에 대해 알아본다. 신진 사림파의 일원이었던 최부의 가계와 제주도로 가기 전까지 삶을 '문과 입격교지', '과거 대책문', '탐라지' 등의 유물로 살핀다.
2부 '최부 일행 43인의 표류자'와 3부 '뜻밖의 중국 견문'은 최부 일행이 중국에 도달해 귀국하기까지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항저우에서 베이징에 이르는 대운하를 그린 '경항도리도'(京杭道里圖)와 '절강해당도'(浙江海塘圖), 제주 해로가 기록된 '천하도', 중국 강남 문인이 사용한 가구와 문방구 등을 볼 수 있다.
4부 '조선과 중국의 문화교류'에서는 조선과 중국의 사신이 오가던 사행로(使行路)를 주제로 사행 모습을 묘사한 서책을 중점적으로 전시한다.
마지막 5부 '조선 선비의 중국 견문기, 표해록'은 여러 판본으로 간행된 표해록 책자와 최부의 외손인 유희춘이 표해록을 발행하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를 적은 '미암일기'(眉巖日記) 등으로 꾸민다.
국립제주박물관 관계자는 "이 전시가 한중 양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생각하고 서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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