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의산문답·벤야민과 브레히트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 의산문답 = 홍대용 지음. 이종란 풀어씀.
만주에서 중국 본토로 가는 지점인 이우뤼산(醫巫閭山)을 배경으로 주자 성리학에 매몰된 당대 조선 지식인을 대표하는 '허자'와 서양과학을 받아들여 새로운 학문을 터득한 '실옹'이 토론을 펼치는 대담 형식의 글이다.
오랜 독서로 유학에 통달했다고 자부하던 허자는 실옹을 만나 지금껏 공부한 학문이 헛되고 오류투성이였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깨우쳐간다.
사람과 만물이 똑같다는 인물균 사상,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무한 우주설,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 아니라 내가 있는 곳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역외 춘추론 등이 책을 관통하는 중심 사상이다.
북학파 실학자였던 홍대용(1731∼1783)은 이 대화를 통해 우물 안 개구리처럼 고루하고 편협한 세계에 갇힌 당시 조선 유학을 비판하고 다른 학문, 특히 서양의 자연과학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자고 주장한다.
출판사 풀빛이 간행 중인 '청소년 철학창고' 시리즈 34번째 책으로,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원문의 대화체를 극본체로 재구성하고 원문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전체적인 뜻을 살려 번역했다.
풀빛. 244쪽. 1만2천원.
▲ 벤야민과 브레히트 = 에르트무트 비치슬라 지음. 윤미애 옮김.
20세기 가장 중요한 비평가로 꼽히는 발터 벤야민과 가장 위대한 독일 극작가로 불리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1920년대 말∼1930년대 말 역사적 교류를 쓴 평전이자 두 사람의 저술 등을 분석한 연구서다.
두 사람이 십여년간 맺었던 긴밀한 교류는 양측 모두의 사유에 큰 영향을 미친 '예술정치적 사건'이었다.
책은 벤야민과 브레히트가 남긴 방대한 서신과 대화록을 바탕으로 이들의 우정에 담긴 인간적·정치적 의미를 재조명했다. 두 사람의 교류를 깊이 있게 파고든 연구서는 이 책이 처음으로 출간 당시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브레히트와의 만남은 벤야민에게 영원히 반복하는 의미심장한 '성좌'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했다. 성좌와 마찬가지로 브레히트와의 만남도 우연이 아닌 특수한-여기서는 호의적인-상황들의 조우로 이뤄졌다."(본분 55∼56쪽)
문학동네. 592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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