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체 수익료 독점" vs "국내 배경음악 육성"
배경음 사용료 갈등…"음악 수입업자만 로또" (종합)
문체부, 배경·일반음악 구분 없앤 함저협 규정 승인…음악인·한음저협 반발
"수입업체 수익료 독점" vs "국내 배경음악 육성"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음악인들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승인한 배경음악 방송사용료 배분 규정에 반발하고 있다. 이는 기존 음악저작권신탁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와 신규 단체인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이하 함저협)의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한음저협과 함저협은 저작자나 음악출판자와 계약을 맺고 그들의 저작권을 대신 관리하는 음악저작권신탁단체다. 이들은 저작물이 음원, 방송 등에 사용되며 발생하는 저작물 사용료를 저작권자에게 배분한다. 한음저협이 독점하던 음악저작권신탁시장은 지난해 9월 함저협이 허가를 받고 회원을 영입하면서 양분 양상을 보였다.
문제는 배경음악의 방송사용료를 두고 발생했다. 한음저협은 방송에 삽입되는 배경음악은 일반음악과 다르다는 이유로 1/2에서 1/10까지 사용료를 차등 지급했다. 이에 함저협은 배경과 일반음악의 구분을 없애고, 방송에서의 기여도에 따라 사용료를 배분하는 규정을 새로 도입했다. 문체부도 함저협의 개정안을 지난 4월 승인했다.
이에 한음저협은 20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문체부의 개정안 승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신중현·윤형주 등 원로 음악인들은 물론 김희갑·윤일상·김형석 등 유명 작곡가들이 참여했다. 또 김현철, 주영훈, 윤종신, 김창렬 등 젊은 음악인들도 다수 자리를 지켰다.
참석자들은 방송 프로그램에 짧게 삽입되는 배경음악과 가수·작곡가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든 일반음악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규정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또 배경음악의 음원 47%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규정이 국부를 해외로 유출하고, 국내 음악인들을 고사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수 박학기는 "지금까지 일반음악과 배경음악은 방송에서 10대1 비율로 수익이 배분됐다"며 "새로운 분배규정은 이 비율로 1대1로 바꾸었다. 수습사원이 자고 나니 대표이사가 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경음악의 47%는 해외 음악이고, 대부분 외국 작가가 만든다"며 "결국 배분료의 47%가 해외나 배경음악 수입업자 수수료로 나간다. 음악 수입업자는 로또를 맞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체부가 음악 구조 자체를 흔드는 규정을 공청회도 없이 승인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문체부는 음악계를 말살하는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해외 수입업자를 위한 밀실 행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참석한 음악인과 작곡가들은 일제히 문체부에 일침을 가했다.
신중현은 "음악인들이 60년대 스스로 저작권을 만들어 땡전 한푼 없이 지금까지 이끌어 왔다"며 "(저작권이 보장돼야) 다른 음악인들이 음악을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체부가 문화를 보호하고 아끼지 않고, 돈벌이만 하려 한다"며 "우리 문화를 망치고 있어 울분을 참을 수 없어 자리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윤형주는 "이 자리는 부당한 분배에 대한 애절한 탄원의 자리"라며 "분배규정은 재산권 이전에 생존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저작권료는 음악인에게 최소한 생활비이자 일용할 양식"이라며 "국민인 음악인들에게 생존의 문제를 물어봐 주지 않은 문체부에 책임을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이번 기자회견이 음악인들의 밥그릇싸움으로 비치는 것을 우려했다.
윤종신은 "지금까지 방송이 사용한 음악에 대해 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음악 수익료가 분배될 때 현실상황에 맞는 차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평등과는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밥그릇이 줄어들어서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다"라며 "한음저협과 함저협의 문제가 아닌 음악계 전체와 음악 수입업자의 프레임으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이러한 음악계의 반발에 대해 함저협 측은 개정안은 함저협의 내부 사용료 분배 방식을 규정화한 것뿐이며, 이번 계기로 배경음악을 만드는 국내 음악인들을 육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함저협의 개정안이 음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이들은 "(함저협 개정안으로) 배분하는 방식이 하나둘씩 바뀌면서 전체 분배규정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해외 음악 수입업자들이 모두 함저협으로 갈 것이고, 방송과의 협상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그러면 순수 국내 음악인들만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희는 함저협과 대립관계가 아니다. 친구다"라며 "장기적으로 음악계가 피해를 볼 수 있어 자리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음악인들과 한음저협은 개정안 철회를 위해 여러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 기자회견·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홍보 ▲ 해외 신문 광고 ▲ 성명서 발표 ▲ 콘서트 등을 통한 호소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