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미 씨 "한국어 가르치는 뉴욕 공립교 늘어 보람"

편집부 / 2015-07-20 16:36:09
제2외국어 공식 채택에 힘쓰는 한미헤리티지교육재단 이사장

최경미 씨 "한국어 가르치는 뉴욕 공립교 늘어 보람"

제2외국어 공식 채택에 힘쓰는 한미헤리티지교육재단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미국 뉴욕주 교육국이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는 데 주춧돌을 놓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미국 뉴욕에서 비영리단체인 한미헤리티지교육재단(KAHF)을 설립한 최경미(여·53) 이사장은 한국어 세계화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중국어와 일본어는 자국 정부가 거액을 들여 로비한 덕분에 뉴욕주 내에서 '제2외국어'로 버젓이 자리를 잡았고, 이에 충격을 받아 아무런 대책 없이 무턱대고 나선 세월이 벌써 12년이 넘었다.

kAHF는 뉴욕주에서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정규학교 내 한국어반을 개설하고 확장하는 일을 해왔다.

2011∼2012년에 한국어를 배우는 학급은 공립 초교 5개교, 차터스쿨(초등) 9개 학급, 사립 중·고등학교 2개교 등 모두 16개, 2012∼2013년 18개 학급으로 불어난 데 이어 2013∼2014년 21개, 2014∼2015년 83개 학급으로 늘어났다.

그간 교사 수도 1명에서 12명으로 증가했고, 올해 기준으로 전체 학생 가운데 2천223명이 비한국계다.

kAHF는 지난 2월 28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세종학당재단의 뉴욕세종학당을 맡아 운영하기도 했다. 3년간 뉴욕 맨해튼 지역에서 28개국의 다양한 민족에게 한국어는 물론 태권도, 한국무용, 한국어 뮤지컬, 한국 요리, 맨해튼 퍼레이드 등 한국 문화를 가르쳤다.

국내 독지가들은 KAHF를 돕겠다고 지난해 자발적으로 '한국지부'를 설립했다.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과 한국어학회장을 지낸 박영순 고려대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20여 명이 후원하고 있다.

한국지부의 '뉴욕주 한국어반 신설 및 확장을 위한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최 이사장은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서서히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올해 가을 학기에 32개교에서 한국어를 채택하겠다고 신청을 했다"면서 "이제 자리를 잡으면 교육국에서도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교는 많아요. 한류 TV 드라마와 K-팝의 영향 덕분이죠. 문제는 한국어를 가르칠 교사입니다. 교사만 확보되면 학교는 얼마든지 늘려갈 수 있거든요. 뉴욕주의 한국어 교사 자격증은 50개 주에서 통용이 됩니다. 지금까지 kAHF가 양성한 한국어 교사는 모두 12명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지는 못했어요. 교육국이 요구하는 충분한 자격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한국어가 제2외국어로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뉴욕주에서 50명, 100명의 교사를 양성해 한국어를 당당히 제2외국어로 만들고 나중에 이들이 미국 전역으로 진출해 다른 주에서도 한국어를 주요언어로 만드는 데 역할을 할 것이란 판단 때문에 KAHF가 열정을 다해 뛰는 것이다.

그러니까 KAHF는 미국 정부가 인정하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사 양성 기관인 셈이다.

"한국어 교사가 되려면 한국 또는 미국에서 최소한 대학을 졸업해야 합니다. 전문 교수 2명의 추천을 받고 KAHF가 8주 동안 마련하는 집중 연수를 이수해야 하고요. 교육에 2회 이상 불참하면 가차없이 탈락됩니다. KAHF의 한국어 양성 과정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국어원으로부터도 인정받았습니다."

뉴욕주 교육국도 지난해 12월 KAHF가 진행하는 교육 과정을 인가했다. 뉴욕주 교육감과 교장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앞으로 뉴욕주가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지정해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면 12명의 교사가 정식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우리의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은 뉴욕주 교육국에 늘 보고됩니다. 교장들이 허가해야 한국어 프로그램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어를 영어로 가르치는 데 무리함이 없어야 합니다. 학생은 물론 방송국 부사장 등 고위직 언론인, 변호사, 의사, 교수, 교사, 경제분석가 등 전문직 종사자가 몰려들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교사의 질이 중요합니다."

뉴욕주에서 한국어 채택을 위한 분위기는 어느 정도 조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학교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교사 배출도 수요를 따라잡을 만하는 것이다.

뉴욕을 비롯해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한글학교 교사들은 뉴욕주 교육국이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면 가장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이다. 한국어 세계화에 한글학교 교사들이 40년 넘게 일조했기 때문에 당연한 혜택이라고 최 이사장은 생각한다.

KAHF는 한미언어 문화 여름캠프 등을 통해 재정을 확보했다. 그러나 올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캠프가 취소되면서 어려움에 부닥쳤다. 최 이사장이 급히 귀국해 교회와 단체, 독지가들을 찾아나선 이유도 예산 확보 때문이다.

KAHF는 미국인은 물론 한인 자녀를 위한 다문화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뉴욕주 공립학교의 방과 후 프로그램도 담당하고 있다.

고려대, 중앙대와 손잡고 국내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 기업체 인턴십과 학교 및 교육 관련 기관의 해외 인턴십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출신인 최 이사장은 중앙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고, 재학시절 교환학생으로 독일 하이델베르크대를 다녀왔다. 미국 오클라호마주로 이민한 그는 오럴로버츠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을 전공한 뒤 남감리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 뉴욕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현재 리버사이드교회에서 한인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대학 시절인 1984년 서울 봉천동의 야학 국일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어 교육과 첫 인연을 맺었다. 대일외고 독일어 교사로 재직하면서도 한국어 교사 자원봉사(주 40시간 이상)를 해왔다. 미국에서도 연합감리교회 소속 한글학교와 차세대 교육원을 운영했고, 뉴욕에서는 2004년부터 브롱크스 지역 및 마운트버논 지역의 9개 학교에서 한국어 교사로 12년간 재직했다.

2006∼2012년 뉴욕시 이중언어교육기술지원부(ALBETAC)에서 한국어 담당자 일하면서 부시 대통령의 소수민족 언어지원정책인 '아리랑 프로젝트'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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