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군 현대화계획, 예산 문제 등으로 표류< WSJ>
WSJ 보도, 거액 횡령사건도 악영향 끼쳐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이 야심적으로 추진해온 군 현대화계획이 재원 마련, 복잡한 행정 절차 등으로 사실상 마비됐다.
특히 남중국해상 도서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관련국들 사이에 마찰이 끊이지 않으면서 대중(對中) 포위전선 구축에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필리핀군의 현대화계획은 아무런 진전 없이 표류하고 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신문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군과 공군의 신형 장비 도입을 중심으로 하는 10억 달러(1조 1천500억 원)규모의 이 이 계획은 지난해부터 사실상 마비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지난해까지 초까지만 해도 군 현대화계획은 성과를 거두는 것처럼 보였다. 예산 부족으로 보유 장비 대부분의 도입 연수가 수십 년이나 될 만큼 노후화한 것을 개선하려고 아키노는 신장비 구매에 17억 달러(1조 9천5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이런 약속에 따라 2013년 말과 지난해 초 사이에 한국형 전투기(FA-50) 12대, 에어버스 수송기 세 대, 캐나다와 영국제 전투헬기 등 모두 8억 3천400만 달러 규모의 신장비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대통령궁은 "과거 세 정권이 추진한 것보다 규모가 큰 것으로 아키노 정부의 군 현대화 의지와 속도를 읽을 수 있는 것"이라며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순항할 것으로 보였던 군 현대화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은 정부의 빈약한 재정과 상원의원까지 가세한 대형 횡령사건 이후 군 관련 예산 지출 동결 때문으로 요약된다는 게 방산 컨설턴트인 조세 안토니오 쿠스티디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아키노 대통령은 2013년 2월 국회를 통과한 2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군 장비 구매 예산법안에 서명하지 않는 상태다.
가뜩이나 빈약한 정부 재정이 악화한 것은 2013년 필리핀을 강타한 슈퍼 태풍 하이난 복구사업 재원 마련에 수십억 달러가 투입됐기 때문이다. 군 현대화계획에 돈을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다는 얘기다.
또 세 명의 상원의원까지 가세한 것으로 드러난 유령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2억 2천만 달러 규모의 지원금 횡령 사건으로 정부 구매 규정이 훨씬 까다로워지면서 정부 지출이 사실상 중단된 것도 현대화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다.
이 여파로 남중국해상의 중국 해상 감시와 억제를 위한 역할이 기대된 두 척의 프리깃함(3억 9천800만 달러)과 두 척의 장거리 정찰기(1억 3천200만 달러)의 도입 계약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이 상황에서 대안은 우방으로부터의 중고 장비 무상 지원 요청이다. 최근 일본 방문에서 아키노는 이미 받기로 한 순찰정 10대 건조 차관(1억 8천300만 달러)와는 별도로 중고 P-3C 오리온 대잠초계기를 요청했다. 이미 한국, 호주, 미국 등은 최근 사용한 군사 장비를 필리핀에 제공했다.
피오 카타팡 필리핀군 참모총장은 필리핀의 지난해 국방예산이 33억 달러로 싱가포르(95억 달러), 인도네시아(75억 달러), 말레이시아(49억 달러) 등 역내 국가들에 훨씬 못 미친다며 증액을 강조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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