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 후 미국으로 간 이승만의 삶은 어땠을까
신간 '이승만의 하와이 30년'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1960년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을 계기로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이 전 대통령은 하야 직후인 1960년 5월 29일 미국 하와이로 건너가 1965년 7월 19일 서거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불명예스럽게 하야한 후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 전 대통령의 삶은 어땠을까.
이 시기를 포함해 미국 특히, 하와이에서의 이 전 대통령의 생애를 추적한 책이 곧 출간된다.
하와이에 47년째 살면서 오랜 기간 이 전 대통령을 연구해 온 이덕희 씨는 '이승만 서거 50주년'을 맞아 출간한 책 '이승만의 하와이 30년'에서 이 전 대통령이 미국의 작은 섬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펼친 활동과 하야 후 생활상을 상세히 서술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하야 후 호화스러운 생활을 즐겼다는 낭설이 떠돌지만, 저자는 오히려 그가 생활비조차 마련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곤궁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하와이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숙소와 생활비 등을 제공한 교민에게 자신이 한국에서 거주했던 서울 종로구 이화동 소재 사저 '이화장'을 위임한다는 위임장까지 써줬다는 것.
저자는 이 위임장 원본을 해당 교민의 가족에게서 입수해 이 책을 통해 처음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지낸 12년, 그리고 그 이전 미국 땅에서 펼친 정치 활동에 관해서는 적지 않은 연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승만이 30년 가까이 하와이에서 펼친 총체적인 활동은 관심 부족과 자료 부족 탓에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저자는 이 시기 이 전 대통령의 자취를 찾기 위해 하와이 주정부 문서기록원, 하와이 주정부 토지 및 자연자원국, 부동산기록원, 하와이 전화번호부 등을 샅샅이 뒤졌다.
이를 통해 하야 후 이 전 대통령의 삶뿐 아니라 독립 전 미국에서 그가 펼쳤던 정치·외교 활동과 가난했던 신혼생활까지 이 전 대통령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삶의 흔적들을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대통령이 되기 전 젊은 시절에도 하와이에서 살면서 활동했던 이 전 대통령은 하와이가 한국의 새 독립국가 설립을 위한 정치 활동의 본거지는 아니더라도, 새롭게 세워질 나라를 준비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하와이에서 언론·출판인이자 기독교 지도자, 기업인으로서 그의 생각과 계획을 실천해 보고자 했다.
한인 YMCA설립이나 그의 민족·독립운동의 근거가 된 '동지회', '동지촌' 조직 등이 대표적이다.
하와이는 이 전 대통령의 '제2의 고향'이었던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야 후 고국에서 설 자리가 없어진 그가 택한 선택지도 하와이였다.
하지만 하와이에 돌아온 이후의 삶은 초라하기 그지없었고, 이 전 대통령은 하와이에 온 후 다시 조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한국 정부의 귀국 불허 방침 때문에 좌절됐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50년 전인 1965년 하와이에서 서거했다.
이 전 대통령의 서거 50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는 이 책에서 초대 대통령이라는 빛나는 직함만큼이나 짙은 그림자를 가진 그의 참모습을 엿볼 수 있다.
북앤피플. 364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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