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요한 시아파 공격' IS 노림수는…종파대결 부각(종합)
종파 간 틈새 비집어 '전쟁의 프레임' 전환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중동 내 전투에서 시아파를 '주적'으로 부각하면서 사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복기해보면 중동에서 폭력사태의 틀이 정치적 이해득실의 충돌에서 종파간 갈등으로 바뀌면 어느 한 편에서 압도적인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고는 수렁에 빠지곤 했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가 미국의 2003년 이라크 침공 뒤 사담 후세인의 수니파 정권을 몰아내고 시아파 정권을 세운 뒤 2006년부터 벌어진 종파간 내전이다.
당시 이라크 '삼분론'(수니-시아-쿠르드)까지 나올 정도로 종파간 유혈충돌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17일 이라크 디얄라주 시아파 거주지역에서 IS의 대규모 폭탄테러가 터지자 이라크 현지 관리들이 "2006∼2008년 이라크 내 알카에다와 마찬가지로 전력이 열세인 곳에 폭탄테러 공격을 집중한다"고 우려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런 배경을 놓고 보면 최근 IS의 언행을 보면 심상치 않다.
IS는 같은 이슬람교지만 시아파를 '이교도' 또는 '배교자'라고 규정하고 이들이 이슬람교의 교리를 더럽히고 있기 때문에 공격해 없애 초기 이슬람 사회 수니파의 순수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1년여간 세력을 급속히 확장해 오는 과정에서 이들이 셀 수 없는 전투와 테러를 벌였지만 최근들어 자신들의 폭력행위에 '시아파에 대한 보복'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5월 말부터 이어진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와 쿠웨이트의 시아파 모스크 연쇄 폭탄테러가 그 예다.
수니-시아의 종파간 충돌의 최전선인 예멘에서 싹을 틔우고 있는 IS 산하조직 역시 정부군이 아닌 시아파 반군이 자신의 적이라고 지목했다. 이들은 이미 지난달 예멘 사나에서 잇따라 벌어진 시아파 모스크 폭탄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IS는 무차별로 시아파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모스크, 시아파 축제와 같은 종교적 상징성이 큰 시설과 행사를 노리는 특징이 있다.
2006년 본격화한 이라크의 종파 내전의 촉발점도 그해 2월 IS의 전신 알카에다 이라크지부가 이라크 시아파 성지 사마라의 알아스카리 사원을 폭파한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짐작케한다.
IS로선 시아파에 대한 적대적 메시지를 부각함으로써 자신을 '수니파의 수호자'로 각인해 시아파 정권에 탄압받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수니파를 결집하는 효과를 얻는다.
반대로 수니파가 지배하는 걸프지역에선 소수인 시아파 시설을 공격하면 그렇지 않아도 시아파를 소외한다는 비판을 받는 수니파 정권을 애매한 지점에 떨어뜨려 국내 여론을 분산하고 정세를 불안케 할 수 있다.
IS는 특히 수니-시아 간 갈등이 정치적 충돌로까지 번지기 쉬운 중동지역의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에도 IS가 세력을 넓히고 있지만 이 지역에선 시아파에 대한 적개심을 강조하지 않는 점은 이런 IS의 종파 전략의 간접적 방증이다.
IS 사태 초기였던 지난해 초중반 이들은 이라크·시리아에서 종파를 가리지 않고 좌충우돌식으로 반대 세력과 싸우며 점령지를 넓혔다.
그러나 이후 국제동맹군의 공습, 이란의 개입, 이라크 정부군의 전열 정비로 전력이 팽팽해지자 종파성을 들고 나와 '전쟁의 프레임'을 바꾸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IS가 핵심부를 차지한 후세인의 잔당은 2006년부터 수년간 이라크를 대혼란에 빠뜨리는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다.
2006∼2008년 이라크의 종파간 내전은 미군의 지상군 증파로 겨우 진압됐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리 미 지상군이 부재하고 이를 대체할 만한 강력한 군사조직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이들의 프레임 전환이 더 위험한 이유다.
아울러 이라크에서 IS에 대적할만한 군사조직 중 하나가 시아파 민병대라는 점도 이들의 종파 프레임에 들어 맞는다. 시아파 중심의 정부군과 합세한 시아파 민병대의 IS에 대한 공격을 수니파 전체에 대한 탄압과 위협의 구도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아파 민병대는 작전 중 무고한 수니파 주민을 학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이런 구도는 IS에 상당히 유리하다.
또 정부 편에서 자신들을 공격하는 반(反)IS 성향의 수니파 부족에 대해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고 추가적인 수니파 부족의 가담도 막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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