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흑백 과격단체 '남부연합기 퇴출' 찬반 집회서 충돌(종합)
사우스캐롤라니아 주의회 의사당서 동시에 열려…5명 연행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김남권 기자 = 미국 흑인교회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흑백으로 나뉜 과격성향 단체들이 '남부연합기 퇴출'을 놓고 찬반 집회를 각각 열었다.
이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져 집회 참가자 5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정의를 위한 흑인 교육자들'(BEJ)은 18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컬럼비아의 주의회 의사당 북쪽 마당에서 남부연합기 퇴출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BEJ는 인종문제 대응을 위해 폭력도 불사했던 과격단체 '블랙 팬더'의 지도부로 활동했던 인물이 이끌고 있다.
흑인 분리주의 단체인 '신 흑표범당(NBPP)' 당원들도 이른 시각부터 몰려들어집회에 가세했다.
이들이 시위를 벌인 장소는 이달 초만 해도 남부연합기가 게양돼 있던 바로 그 자리였다.
남부연합기는 과거 남북전쟁 당시 노예 소유를 인정한 남부연합의 공식 깃발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유일하게 주의사당 앞에 이 깃발을 내거는 관행을 고수했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서 발생한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이 깃발이 백인우월주의 상징으로 부각하면서 주정부는 지난 10일 남부연합기를 전격 철거했다.
흑인단체들의 집회가 열리던 시각 의사당 남측 지역에서도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KKK 노스캐롤라이나 지부 회원들은 남부연합기 퇴출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구호를 주도하는 확성기는 없었지만 참가자들은 "백인의 힘"을 꾸준히 외쳤다.
집회 장소는 달랐지만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충돌도 발생했다.
KKK 측 참가자 40여명이 의사당 계단에 오르면서 남부연합기를 흔들자 흑인단체 측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KKK 회원 일부는 남부연합기를 흔들며 흑인단체들의 집회가 벌어진 장소의 가장자리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이에 흑인단체 회원들이 남부연합기를 빼앗아 불을 붙여 태우기도 했다.
AP통신은 집회 과정에서의 충돌로 "5명이 연행됐고 23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23명 가운데 대다수는 폭염에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KKK의 집회는 오후 4시에 이르자 끝이 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당국은 이날 양측의 집회 참가자수를 2천여명으로 추정했다.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미 전역에서 남부연합기 퇴출 움직임이 본격화한 가운데 한편에선 퇴출 반대 시위가 잇따르는 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 집회에 앞서 지난 12일에도 플로리다주 오캘라에서 4천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남부연합기를 수호하자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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