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여객기 피격 참사 1년…희생자 추모식 거행
네덜란드·우크라이나·호주서 유족과 관계자, 주민 참석
(헤이그·니워게인<네덜란드> AP·신화=연합뉴스) 승객과 승무원 298명을 태우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MH17편이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 장악 지역에서 격추된 지 17일(현지시간)로 1주년을 맞았다.
희생자 가족과 친지, 관계자들은 이날 네덜란드와 호주, 우크라이나에서 아직도 누구의 소행인지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갑작스러운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열었다.
1천300명의 유족과 친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네덜란드 니워게인에서 열린 행사의 연단에 선 아스마 알주네드는 사고기에 부기장으로 탑승했다가 변을 당한 남편이 승객들에게 전하지 못한 작별 메시지를 전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알주네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레이시아항공과 승무원을 대표해 여러분과 함께 비행한 걸 감사드리고 싶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날 되세요"라고 말하자 참석자 모두 기립박수로 감동과 슬픔을 대신했다.
격추사고로 가장 많은 196명 사망자를 낸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테 총리는 추모연설에서 먼저 희생자 가족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며 "여러분이 이미 겪은 고통에 더해 지난 1년간 믿기지 않을 정도인 번거로운 일을 감내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위로했다.
뤼테 총리는 이어 "깊은 슬픔과 상실감, 길고 복잡한 후유증은 극복하기에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하다"며 "(희생자)유해와 (여객기)잔해를 수습하고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는 등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MH17 참사재단이 주최한 추모식에선 희생자 이름 모두를 호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날 네덜란드 전역의 관공서는 반기를 달았으며, MH17편이 운명의 비행을 시작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국제공항에선 별도의 추모식이 열렸고 여러 사람이 희생자를 위해 꽃을 바쳤다.
MH17편이 피격당해 추락한 우크라이나 흐라보베 마을에서는 주민이 사고 현장까지 행진하면서 희생자의 넋을 달랬다.
마을 주민은 옛소련 군복을 입은 남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아이콘을 들고 찬송가를 부르며 거리를 돌았다.
일부 주민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내전을 벌였다고 비난하는 현수막을 펼치면서 지난 1년6개월간 이어진 정부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숨진 이들을 여객기 희생자와 동일시하기도 했다.
무장경호원에 둘러싸인 채 목발을 짚고 행사에 등장한 우크라이나 반군 지도자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MH17를 격추한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늦게 수도 키예프에서 TV 연설을 통해 MH17편이 러시아 지원을 받는 반군이 점령한 동부 지역에서 시작된 "테러공격"에 희생당했다고 거듭 규탄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웃나라의 최고위급 정치와 군사 지도자들의 관여나 개입 없이는 그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는 토니 애벗 총리가 주재한 가운데 MH17편 잔해가 떨어진 우크라이나 들판에서 가져온 흙을 담은 기념비 제막식을 거행했다. 기념비에는 참사로 숨진 호주인 40명의 명단을 새겼다.
애벗 총리는 "하느님은 MH17편이 영면한 곳이 신성한 장소이며 그것 일부가 호주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애벗 총리 부부가 기념비 기단에 화환을 바친 데 이어 유족 수십 명이 눈물을 흘리며 그 뒤를 따랐다.
MH17 여객기는 지난해 7월 17일 암스테르담을 이륙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도중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치열하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상공에서 외부 물체의 공격을 받고 추락, 탑승자 298명 전원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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