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한인방송, 시트콤 '김치국이…' 자체 제작
김운대 W-TV 대표 "행복한 이민 이야기 담아 10월 방영"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김치국이 간다'. 뉴질랜드 한인 방송인 월드(W)-TV가 처음으로 제작하는 5부작 시트콤의 제목이다.
W-TV는 뉴질랜드 위성방송 스카이TV의 채널을 배정받아 24시간 방송을 송출한다. 현재 중국어, 한국어 등 10개 채널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 방송 담당 대표는 김운대(64) 씨가 맡고 있다.
시트콤 제작을 총괄지휘하는 김 대표는 1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뉴질랜드 다민족 방송은 물론 전 세계 한인 방송 가운데서도 처음으로 시트콤을 제작하는 것"이라며 "8월 말 촬영을 끝내고 9월 편집을 거쳐 10월 중 방영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뉴질랜드 북섬의 유명 관광지 로토루아에서 촬영을 진행한 김 대표는 "시트콤이 한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도록 제목부터 '김칫국'을 연상케 하는 '김치국이 간다'로 정했다"면서 "주인공 김치국은 실제 7년 전 뉴질랜드에 유학을 와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타이틀롤에 낙점된 송민재 군은 다카푸나 그래머스쿨에 재학하고 있으며 학생회장을 맡고 있다. 송 군과 짝을 이룬 유현영 양도 2년 반 전에 뉴질랜드에 유학 와 다우랑가 고교에 다닌다.
시트콤은 이들 커플이 한인 이민사회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한국어로 연기하지만 중간 중간 영어로 말하기 때문에 영어와 한국어 자막을 입힐 예정이다.
1부 '오키도키'(오케이 오케이), 2부 '김치국이 떴다', 3부 '오 마이 갓', 4부 '감바테 감바테'(힘내라 힘내라), 5부 '미안 미안해'로 구성됐으며 회당 20분 분량이다.
"한인 1.5∼2세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고 당당한 한국인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또 드라마를 통해 한국과 뉴질랜드의 문화를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오클랜드, 로토루아, 해밀턴 등 가슴 탁 트이는 뉴질랜드의 절경도 담았습니다. 로토루아의 간헐천 테푸이아와 같은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문화 관광지 등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연환경 속에서 아기자기하게 살아가는 뉴질랜드 한인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안방극장을 찾아갈 것입니다."
김 대표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지원을 받긴 했지만 시트콤 제작비에는 턱없이 부족해 개인 재산을 털었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꼭 성공적인 드라마를 만들어 뉴질랜드 다민족사회와 전 세계 한국어 방송사의 롤 모델이 되고 싶다"면서 "한인들과 함께 즐겁게 시트콤을 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W-TV의 시트콤 제작에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 등의 영화음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겔레스 에테가 합류한 것도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뉴질랜드와 남태평양 지역에서 최고의 음악가로 손꼽힌다고. 2012년 한국과 뉴질랜드 수교 50주년 우정음악회에서도 연주한 '친한파'다.
뉴질랜드에서 어느 민족도 시도하지 않았던 시트콤을 한인 방송이 제작하는 것에 대해 뉴질랜드 현지 언론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최대 일간지인 뉴질랜드헤럴드는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제작하는 한국 드라마 '김치국이 간다'는 뉴질랜드에 퍼질 한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대표는 "주요 배역은 모두 한인 1세, 2세가 맡았는데 캐스팅 과정에서 재능 있는 2세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한인사회에서 연기할 기회가 거의 없던 이들의 재능이 이번 시트콤에서 한껏 발휘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W-TV를 포함해 전 세계 한국어 방송사 모임인 사단법인 세계한국TV방송연합회(회장 윤영수)는 회원사들이 이 시트콤을 수입 방영할 수 있도록 주선할 계획이다.
경북 안동 출신인 김 대표는 계명대를 나와 1977년 KBS 4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강릉, 부산, 서울 등지를 돌며 라디오와 TV에서 뉴스를 진행했다. 치열하게 사는 자신의 삶이 갑자기 싫어져 16년간의 아나운서 활동을 접고 돌연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1993년 3월 뉴질랜드에 도착한 그는 현지 방송국으로부터 주파수를 빌려 '라디오코리아 뉴질랜드'를 설립, 하루 5시간(12~17시)씩 매일 방송을 하다가 2003년 6월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다시 마음에 맞는 일본인, 홍콩인, 대만인과 의기투합해 W-TV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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