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왕 '땅굴 탈옥' 의구심 여기저기서 고개들어

편집부 / 2015-07-16 05:36:06
위성추적장치 작동했나…노출된 땅굴 수법 무모하게 또?
△ 호아킨 구스만이 17개월간 갇혀있다가 탈출한 알티플라노 교도소 외곽/(EPA=연합뉴스)

멕시코 마약왕 '땅굴 탈옥' 의구심 여기저기서 고개들어

위성추적장치 작동했나…노출된 땅굴 수법 무모하게 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6)의 '땅굴 탈옥'에 여러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 멕시코시티 외곽의 알티플라노 교소도를 지난 11일(현지시간) 탈옥한 것으로 알려진 구스만이 탈옥 직전 감시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몬테 알레한드로 루비도 멕시코 국가안전위원장이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지만, 국내외 일부 매체에서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영상을 보면 구스만은 수감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독방에서 감시카메라가 비치지 않는 두 군데 중 한 군데인 샤워실 바닥에 난 땅굴 입구의 문을 열고 사라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구스만이 사라진 뒤 24시간 차고 다니던 수갑이 방에 남겨 있었다고 루비도 위원장은 말했지만, 구스만의 팔에 채워진 위성추적장치의 작동 여부 등은 밝히지 않았다고 신엠바고라는 멕시코의 한 웹사이트가 15일 보도했다.

이 교도소의 모든 수감자가 착용해야 하는 위성추적장치는 단속 없이 독방을 벗어나는 순간 통제센터에 알람이 울리게 돼 있다.

구스만이 독방에서 사라진 지 얼마 만에 경보가 울렸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구스만은 '두더지처럼 지하통로나 땅굴을 잘 파는 인물'로 조직범죄 당국에 수법이 노출돼 있는데도 무모하게 그러한 방법을 다시 이용한 점이나 교도소 당국이 이에 대한 예방이나 경계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도 석연찮은 부분이다.

도주 중인 구스만을 쫓던 멕시코 치안군과 미국 마약단속국(DEA) 등은 작년 2월 구스만이 멕시코 해병대에 검거되기 전인 2013년 말 그의 근거지인 시날로아 주의 주도 쿨리칸의 은신 가옥을 급습해 거의 잡을 뻔했던 적이 있다.

구스만이 사전에 정보를 입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검거팀이 가옥에 들어가 수색한 결과 그는 증발했고, 욕조 밑에서 미로 같은 지하 탈출 통로를 발견했다.

마약 밀매 또는 가옥에 거주하는 과정에서 땅속을 이용한 도주로를 항상 확보하는 구스만의 민첩함에 당국이 속수무책 당한 일이었다.

구스만이 미국-멕시코 국경에 전문 엔지니어를 고용해 땅굴을 판 뒤 이를 미국으로 밀반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마약범죄 단속 당국도 이미 잘 알고 있다.



DEA 텍사스 알 파소 지부의 필 조던 수사관은 구스만이 '땅굴 수법'을 다시 이용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던은 "엄청난 돈을 가진 그가 어떤 식으로든 다시 나올 것으로 생각은 했다"며 "탈옥 수법이 어땠는지 간에 교도소와 정부 관리와의 공모 없이는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엘 티토'라는 별명을 쓰면서 구스만의 간부급 부하와 함께 일한 적이 있다는 전 DEA 요원은 중남미 뉴스매체인 텔레수르와의 인터뷰에서 땅굴 탈옥은 사전에 밀거래 형식으로 석방을 약속한 관리층이 거래를 이행하려고 위장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텔레수르는 조던이 작년 스페인어 방송인 우니비시온과의 인터뷰에서 구스만이 멕시코 최고 상위 권력층에 선거비 등 막대한 자금을 댄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말을 한적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 당국이 구스만이 탈출에 이용한 1.5㎞ 길이의 땅굴을 공개한 뒤 전문가들이 정밀 분석한 결과 다 파는 데는 최소한 2년이 걸린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구스만이 갇혀 있었던 시간은 채 17개월에 못 미치는데다가, 지하 10미터 깊이의 땅굴은 굴착에 따른 소음이 감지되기 쉬운데도 노출이 되지 않은 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이다.

주요 마약조직의 괴수들과 흉악범들을 수용하는 알티플라노 교도소는 '연방재활센터 1호'로 불리며 멕시코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곳으로 알려졌다.

1989∼1991년 카를로스 살리나스 데 고르타리 대통령 정권 때 지어진 이 교도소 담장의 높이는 10m가 넘고 벽의 두께는 1∼2미터, 사방 10㎞에서는 통신이 안 되고 인근은 비행금지구역이다.

당시 국가안보수사국 관리를 지내면서 교도소 설계에 관여했던 호르헤 카리요 오렐라는 "알티플라노는 완전히 폐쇄되고 완벽하게 차단된 것"이라며 "침범이나 탈출을 도저히 할 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점차 교도소 내의 부패가 만연해지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어쨌든 구스만은 1991년 이 교도소가 완공된 지 24년 만에 '1호 탈옥수'가 됐다.

한편, 구스만의 본거지인 시날로아의 반다리과토와 그의 태어난 마을인 '라 투타'라는 곳까지 연방경찰과 치안군이 배치돼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지역 주민들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구스만이 우리를 괴롭히지 않기 때문에 탈옥해도 아무 상관없다", " 열심히 일하는 분이어서 탈옥해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 좋다", "여기 사람들은 그를 다 좋아하고 존경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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