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헌법재판소 "유럽인권재판소 판결 이행 거부할 수도"
유코스 전 주주 승소 판결 불이행 러 정부에 면죄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헌법재판소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헌법 규정에 어긋날 경우 유럽인권재판소(ECHR)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ECHR의 판결이 러시아 헌법에 배치되면 그것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ECHR의 판결을 어느 수준까지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국 의원들의 질의에 "러시아의 국제협약 참여가 국가 주권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의원들은 파산한 러시아 석유기업 '유코스'의 예전 주주들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ECHR를 통해 얻어낸 손해배상 승소 판결 이행 문제와 관련 헌법재판소에 판결을 의뢰했다.
지난해 ECHR는 러시아 정부가 2000년대 중반 유코스를 강제 수용하면서 손해를 본 유코스 전 주주들에게 총 19억 유로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지금까지 ECHR의 판결이 부당하다며 이행할 수 없다고 버텨왔다.
이에 지난달 중순부터 벨기에,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이 ECHR 판결 이행을 압박하기 위해 자국 내 러시아 공관과 국영은행, 국영기업, 언론사 등의 자산을 압류해 외교적 논란이 인 바 있다.
영국도 지난 8일 러시아 국영통신사 '로시야 시보드냐'(통신명 '리아노보스티')의 런던 내 계좌를 동결했다.
ECHR는 유럽인권위원회와 함께 유럽인권조약의 이행을 확보하기위해 설립된 재판소다. 모든 유럽평의회 회원국들은 자동으로 유럽인권조약의 가입국이 된다. 러시아는 지난 1996년 유럽평의회 회원국이 되면서 조약 이행 의무를 지게됐다.
러시아 헌법재판소의 이날 결정은 서방 국가의 압박에도 러시아 정부가 ECHR의 판결을 이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