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타결> "1994년 북핵 제네바 합의 재판될까"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이란 핵협상을 앞둔 12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내각회의에서 1994년 북핵 제네바합의 영상을 틀었다.
합의 이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연단에 서서 "제네바합의로 북한은 평화로운 핵기술을 보유하게 되고 한국 등은 북핵 위협에서 보호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장면이었다.
이란 핵협상에 반발해온 네타냐후 총리는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한 제네바합의처럼 이란 핵협상도 결국 이란에 핵무기 제조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숙적 이란이 핵협상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인정 받는 것을 극도로 막고 싶은 네타냐후 총리가 아니더라도, 이번 이란 핵협상이 제네바합의의 재탕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핵협상 과정에서도 반대론자들은 제네바 합의 실패를 협상 반대의 근거로 들기도 했다.
제네바합의는 지난 1994년 10월 21일 북한과 미국이 맺은 외교적 합의다.
1989년 미국 정찰위성이 북한 영변 원자력연구소의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확인하고,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양국 갈등이 고조됐다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등을 계기로 극적으로 합의가 타결됐다.
북한은 핵시설을 동결한 후 NPT에 복귀하고, 그 대가로 북한과 미국의 정치적·경제적 관계를 정상화해 북한에 경수로와 중유를 지원한다는 것이 합의의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8년 만인 2002년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핵프로그램 운영 문제가 불거지며 합의가 파기됐고, 북한은 이듬해 NPT를 탈퇴했다.
제네바 합의를 놓고 제1차 북핵위기를 중단시키고 북한의 핵능력 진전을 어느 정도 지연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북한에 시간만 벌어준 채 결국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린다.
합의 파기의 책임을 놓고도 결과적으로 합의를 파기한 것은 북한이지만, 합의를 파기로 이끈 데에는 미국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합의를 끌어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와 미국 국무부 북한담당관으로서 제네바 합의와 이행 과정에 관여했던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은 지난 4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합의 파기의 책임이 양측 모두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제네바 합의 당시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면 북한과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대북 경제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란 핵협상도 제네바 합의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핵협상 타결에 의의를 둘 것이 아니라 이행 과정에 있어서 세심함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루치 특사 등은 "제네바 합의가 왜 지속하지 못했는지를 살펴보면 이란 핵협상의 답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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